대기업의 손이 닿지 않는 틈새시장을 아이디어 하나로 공략해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는 벤처기업. 최근 이들 벤처기업들의 성공 사례가 세계 주요 외신들을 통해 속속 소개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크게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한달에도 몇 개씩의 벤쳐기업이 탄생하고 사라지는 일본에는 한번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일정 수준의 성공에 도달해 있는 벤쳐기업은 흔하지만 독창적인 기술을 잇따라 개발하면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벤쳐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일본 벤쳐기업 성공 사례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니가타현 조에쓰시에 본사를 둔 니가타정밀. 이 업체는 반도체 부품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로 끊임없이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는 전형적인 벤쳐기업이다.
니가타정밀은 여느 벤쳐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제품의 제조와 판매는 대기업에 위탁하면서 연구개발에만 몰두, 상식을 뛰어넘는 창조적인 반도체관련기술로 자타가 공인하는 기술본위의 벤쳐기업으로 발돋움했다.
니가타정밀이 개발한 대표적인 제품은 소형의 일체형 노이즈필터. 노이즈필터는 전자기기의 오동작을 방지하기 위한 부품의 일종으로, 일반적으로 콘덴서와 전자코일 등 여러 개의 부품으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니가타정밀이 개발한 노이즈필터는 콘덴서, 전자코일 등을 하나로 집적한 소형 일체형 제품으로 개발 당시 이 제품은 반도체 관련업계에 큰 화제를 뿌렸었다. 콘덴서와 전자코일을 하나로 묶을 경우 노이즈필터 속을 흐르는 전류가 불안정해지기 때문에 니가타정밀이 일체형 제품을 내놓기 전까지는 「일체화는 무리」라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상식으로 돼 있었다.
그러나 니가타정밀은 5년에 걸친 도전 끝에 이 상식을 뛰어 넘었다. 니가타의 일체형 노이즈필터는 PC의 소형화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기 때문에 현재 일본 최대 PC업체인 NEC를 비롯 여러 PC업체들에 폭넓게 채용되고 있다. 게다가 노이즈필터 전체 시장규모는 일본만도 연간 1천억엔 이상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이 제품의 잠재적 가능성은 더욱 높다.
니가타정밀은 또 PC 등에 사용되는 반도체메모리와 관련해서도 프린터 기판과 반도체 접속에 독자 기술을 사용, 소형화를 이루어 냈다. 기존에는 프린터 기판과 반도체를 접속하는데 리드프레임이라는 접속 전용 부품을 사용해야 했다. 그러나 니가타정밀은 이를 사용하지 않고도 접속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현재 이 기술과 관련해서도 여러 PC업체들로부터 교섭이 들어오고 있다.
니가타정밀은 라디오용 튜너 회로 개발에도 뛰어 들어 기존 제품의 4분의1 크기인 회로도 개발했다. 이를 사용하면 라디오 자체를 한층 소형화할 수 있어 현재 주로 카오디오 업체 등을 중심으로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고 있다.
이들 기술 외에도 니가타정밀은 약 5백건에 이르는 특허를 취득하면서 창조적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 개발 성과를 바탕으로 실적도 착실히 늘려나가고 있다. 니가타정밀은 최근 5년간 한번도 매출, 경상이익이 전년도 실적을 밑돈 적이 없다. 게다가 증가율도 매우 높아 지난해 총 매출은 93년의 4배에 해당하는 88억6천만엔을 기록했다. 올해는 이보다도 2배 이상 높은 1백80억엔을 예상하고 있다.
이같은 니가타정밀의 실적과 기술력을 높이 평가한 일본의 몇몇 은행들이 올해 초 니가타정밀에 공동 출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요즘처럼 경기 악화로 은행 대출이 밀려있는 상황에서 미가타정밀과 같은 미상장 벤쳐기업에 여러 은행이 복수로 출자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니가타정밀의 성공 열쇠는 역시 기술력. 그리고 그 기술력을 지탱해 주는 것은 풍부한 연구원과 기술자들이다. 이를 증명하듯 이 회사의 전체 직원수는 현재 3백25명으로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연구 개발 부문에 종사한다. 또 경영 자원도 기술 개발에 거의 집중 시키고 있다.
이처럼 니가타정밀은 철저하게 기술력 개발에만 전념한다. 뛰어난 기술과 제품을 개발하기만하면 어느 틈엔가 제조와 판매를 맡겠다는 기업들이 줄을 선다는 것을 경험상 알고 있기 때문이다. 즉 팜리스(공장을 갖지 않은) 또는 세일즈리스(영업무문을 갖지 않은) 경영이 니가타정밀의 기본 전략인 셈이다.
실제로 니가타정밀은 자사의 대표적 제품인 노이즈필터의 제조를 교세라와 스미토모금속공업 등에 위탁하고 있다. 또 판매망도 기본적인 것 외에는 확충하지 않을 방침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사실 니가타정밀은 지난해 복수의 16MD램을 일체화한 신제품을 개발해 PC업체 등에 직접 판매하려 했으나, 당시 D램 시황의 악화와 가격 하락에 휘말려 자사 직접 판매를 단념한 바 있다. 고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기대에서 시작된 니가타정밀의 당시 계획은 대기업 조차도 체력에 한계를 느끼는 시장 악화로 계획 단계에서 수포로 돌아갔고, 이를 계기로 니가타는 위험이 동반되는 직접 판매를 완전히 포기함으로써 한층 더 벤쳐기업다운 색채를 띠게 됐다.
이같은 확고한 기술 본위 경영을 바탕으로 니가타정밀은 이제 세계 시장도 넘보고 있다. 스미토모상사를 비롯한 11개 업체들과 공동으로 반도체 설계 벤처기업인 ZSP사를 미 캘리포니아주에 설립, 곧 처리능력을 기존보다 크게 높인 통신기기용 반도체 부품을 양산할 예정에 있다.
또 니가타정밀은 자사 주요 기술인 아날로그 무선 기술을 활용해 미국 휴대전화시장에도 진출한다. 니가타정밀은 단말기만을 공급하고 판매는 전적으로 미국업체가 담당하게 된다. 이미 휴대전화 판매회사를 산하에 두고 있는 미국 퀸텔 엔터테인먼트사와 연간 30만대 규모의 아날로그방식 소형 휴대전화단말기 공급 계약을 체결해 놓고 있으며, 시황에 따라서는 그 규모가 한층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20여년전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수년에 걸친 집중적인 기술 개발로 라디오 진공관을 트랜지스터로 교체하는데 성공, 이를 기반으로 세계에서 손꼽히는 유력기업으로 성장한 소니. 이 소니의 발전상이 우리에게 큰 참고가 되고 있습니다』라는 이케다 다케시 사장의 말에서 「제2의 소니」를 꿈꾸는 벤쳐기업 니가타정밀의 의욕을 엿볼 수 있다.
<심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