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외전화시장에서 논란을 빚었던 자동호변환장치(ACR)가 이번엔 국제전화시장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상용서비스에 나선 제3국제 전화사업자 온세통신에 이어 최근 상용서비스에 나선 별정통신사업자들까지 경쟁사업자의 식별번호를 훔칠 수 있는 ACR을 적극 활용, 국제전화 주수요층인 기업고객이나 호텔 등을 공략하고 있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후발사업자들의 ACR를 통한 마케팅 전략은 단순히 국제전화 이용자의 선택권 제한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간통신사업자의 식별번호를 도용하는 사례까지 초래, 공정경쟁 원칙마저 무너지고 있는 추세다.
문제가 되고 있는 담뱃갑 크기의 ACR는 식별 번호가 「00X」이든 「003XY」이든 00숫자만 입력하면 자동적으로 특정사업자의 교환기로 연결되도록 하는 장치로 특정 사업자와의 설치계약에 의해 부착토록 되어 있다.
예를 들어 가입자가 국제전화를 이용시 00X(또는 003XY)+상대국가코드+전화번호를 입력할 때 ACR를 일반전화기나 사설교환기(PABX)에 부착하면 가입자가 국제코드인 00만 눌러도 ACR를 제공한 특정사업자의 교환기로 신호가 자동변환돼 들어가게 돼 있다.
일부 국제전화사업자들은 지난해말부터 ACR의 이같은 기능상 특징을 악용, 이용자와 별도계약을 체결하지도 않은 채 호텔 등의 PABX에 이를 임의로 부착, 다른 사업자의 신호를 훔치는 한편 가입자의 국제전화 이용선택권을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ACR를 마케팅 도구로 활용하는 별정통신사업자들은 001, ppm02, ppm08을 눌러도 한국통신(KT) 등 기존사업자에 비해 30% 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국제전화를 사용할 수 있다고 홍보, 한국통신 등 기간통신사업자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KT와 데이콤은 별정통신사업자들의 이같은 행태를 단순히 이용자의 국제전화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에 국한하지 않고 막대한 홍보비용을 투입한 자신들의 식별번호를 도용하는 사례로 규정하고 관계기관에 이의 시정조치를 요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이들 기간통신사업자는 ACR 적용의 불공정 행위를 공론화하기 위해 불법사례를 파악하는 것은 물론 자신들의 식별번호 도용사례를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ACR는 지난해 시외전화시장에서 논란을 빚은 이후 모두 철수됐고 지금까지 한국통신과 데이콤이 국제전용팩스에 국한해 이를 활용했었다.
<조시룡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