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스마트카드기술과 금융기법이 결합한 자바카드가 드디어 얼굴을 드러냈다.
지난 2일 싱가포르에서 스탠더드차터드은행이 비자인터내셔널, 선마이크로시스템스, 젬플러스와 공동으로 「비자오픈 플랫폼 1.0」과 「자바카드 2.0」 규격을 결합, 신용, 직불, 로열티 기능을 포함하는 자바어 기반의 스마트카드 시연회를 갖고 시범서비스에 돌입한 것이다.
이번에 시범서비스에 들어간 자바카드는 세계 정보통신과 금융산업의 역사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우선 그동안 IC칩카드에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결합하고자 하는 연구와 시도는 여러번 있어 왔지만 다양한 칩운용체계(COS)를 수용하는 표준규격으로 서비스를 적용한 것은 최초라는 점이다.
IC카드는 현재 정보기술로 구현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지불수단인 것은 물론 향후 급성장이 예상되는 전자상거래(EC) 환경에서 네트워크형 지불을 가능케 한다는 측면에서 많은 이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아왔다.
그러나 현재의 칩제조기술로는 각종 응용서비스를 저장할 수 있는 메모리 용량에 한계가 있고 자바프로그램을 이에 맞게 압축하는 기술도 미흡해 실제 구현여부는 미지수였다.
자바카드가 갖는 또 다른 중요한 의미는 어떠한 운용체계와 응용프로그램도 적용가능한 개방형 플랫폼인 자바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로 구현됐다는 점이다. 때문에 기존 스마트카드 제조업체들은 그동안 일정한 COS에 제한된 제품만을 개발해왔던 것에서 벗어나 얼마든지 새로운 자체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이번 비자의 자바카드는 그동안 마스터카드인터내셔널이 주도해왔던 다중 칩운용체계인 「멀토스(MULTOS)」에 앞서 실용화됨으로써 세 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시범서비스를 계기로 비자, 마스터 양사는 앞으로 칩카드 세계표준을 둘러싸고 더욱 치열한 주도권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같은 의의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우선 비자와 마스터는 「자사의 이익」을 초월해 칩카드의 세계 공통표준안 마련에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사의 이해관계에만 매달려 「자바카드 아니면 멀토스」라는 식의 밥그릇 싸움만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특히 「오는 2005년까지는 기존 마그네틱카드를 전부 IC카드로 대체할 것」으로 합의한 EMV 규정에 따라 세계 각국이 기술개발에 전력을 다해야 하는 입장에서 양사가 「표준안 쟁취」에만 매달릴 경우 관련기술 개발에 커다란 걸림돌이 될 것으로 지적된다.
더구나 세계 5대 IC카드 제조기술 보유국에 속하는 국내의 경우 현재 IMF 난국에 처해 있어 투자를 분산할 만한 여력도 없는 상황이라 비자, 마스터가 각자의 규격만을 고집한다면 국내 IC카드산업도 커다란 부담이 될 게 분명하다.
또한 IC카드산업의 성장성과 전망에 대한 정부차원의 확실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IC카드의 경우 반도체, 단말기 등 제조산업은 물론 금융, 교통, 통신 등 각종 서비스산업 등과의 연관효과도 커 범국가적 차원에서 이를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조만간 IC카드가 개인의 정보통신 인프라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관련기술 확보와 IC카드 보급확대를 위한 제반여건 정비를 소홀히 할 경우 국내는 물론 엄청난 규모의 전세계 시장을 외국업체에 넘기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IC카드와 금융서비스를 통합하는 데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칩제조기술의 한계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이번 싱가포르에서 시연회를 가진 자바카드도 롬이 32k비트, EEO롬이 16k비트에 달해 그 제조원가만 약 1만원에 이르러 보급주체에 큰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에서도 이번 자바카드 시연회를 계기로 향후 급속하게 전개될 IC카드산업의 흐름에 관심을 집중시켜야 한다』고 한결같이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