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체들 "아일랜드행"

영국 서쪽에 떨어져 있는 섬나라 아일랜드. 지리적인 불리함과 천연자원의 부족으로 19세기 유럽을 휩쓸었던 산업혁명에서도 소외됐던 아일랜드가 21세기를 앞두고 정보기술(IT) 투자의 전진기지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정부의 거시적 교육정책과 풍부한 양질의 노동력, 낮은 세율이라는 3박자가 어우러져 외국 IT업체들의 투자 붐을 조성하고 있는 것.

그 중에서도 10% 정도의 낮은 세율은 외국인 투자 행렬의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 특히 신규 공장건립에 투자하는 경우 파격적인 세제혜택을 주기 때문에 무거운 세금을 피하려는 대형 업체들에게는 상당한 매력이 아닐 수 없다.

70년대부터 하이테크분야의 대학 설립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온 정부의 교육정책도 결실을 맺어 해마다 양질의 엔지니어들이 배출되면서 풍부한 기술 인프라를 형성하고 있다.

아일랜드의 졸업생 중 3분의 2 가까이가 엔지니어링이나 과학, 경영학 등 IT분야와 밀접한 실용학문을 전공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 준다.

이에 따라 IT업체들의 아일랜드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 전자산업의 경우 해외투자의 25%를 아일랜드에 집중시키고 있다.

컴퓨터, 통신, 소프트웨어분야에서 내로라하는 미국 업체들 중 이곳에 제조공장이나 개발센터를 두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

세계 최대 칩업체인 인텔이 수도 더블린에서 조금 떨어진 렉슬립에 유럽 생산거점을 두고 있고, 애플컴퓨터는 10여년 전부터 코크에 있는 PC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해 오고 있다. IBM도 지난해 아일랜드 외국자본 중 최대규모의 캠퍼스형 컴퓨터 제조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으며, 메인프레임 스토리지업체인 EMC의 세계 수출거점도 이곳 아일랜드다.

역시 리메릭에 제조공장을 두고 있는 미국 PC주문생산업체 델컴퓨터는 조직확대에 따라 앞으로 3년동안 3천명의 신규인력을 채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관련업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미 리메릭과 더블린에 있는 콜센터 등을 합쳐 1천4백명의 종업원을 고용하고 있는 델은 이에 따라 외국 IT업체 중 최대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업체가 됐다.

마이크로소프트(MS), 로터스, 오라클, 선소프트 등 소프트웨어업체들도 이곳에 법인을 설립, 현지화와 함께 신제품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이처럼 외국업체들이 아일랜드를 투자 최적지로 선호하는 데는 아일랜드의 탄탄한 통신 인프라도 한몫한다. 기업의 70% 정도가 전자문서교환(EDI)을 이용하고 있고 미국이나 중동지역과의 통신 중 3분의 2는 광채널 및 위성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업무에는 더없이 좋은 환경이다.

아일랜드가 이같은 통신기반을 갖추기까지 앨버트 레이놀즈 전 아일랜드 총리의 공헌을 빼놓을 수 없다. 80년대 말 정보통신부 장관 재임시절 공공투자의 최우선 순위를 통신망 개선에 두고 이를 적극 추진한 결과 통신(전화)서비스업체들에게 범유럽을 연결하는 거점기능을 충분히 제공하게 된 것이다.

또 이들 통신업체가 향후 3년동안 적어도 1만명의 신규인력을 채용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것만 봐도 이들 외국기업이 일자리 창출에 어느 정도 역할을 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정보통신 기지로서 아일랜드의 위상을 높이는 것은 단지 외국업체들의 행렬만이 아니다. 자국 IT업체들의 기술력 또한 만만치 않다. 놀라운 것은 아일랜드가 미국 다음가는 소프트웨어제품 수출국이라는 사실.

특히 소프트웨어분야에서는 틈새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대학기반 개발업체들의 활동이 두드러지는 것도 아일랜드 IT산업의 특징으로 꼽힌다.

대표적으로 아일랜드 출신의 아이오나 테크놀로지스라는 네트워크 통합, 관리소프트웨어업체는 미국 장외 주식시장인 나스닥에 상장한 이후 주가가 치솟아 하루 아침에 몇백만 달러를 벌어 들였다. 5백58가지의 소프트웨어 타이틀을 개발하고 있는 CBT라는 업체도 성공사례로 꼽힌다. 그밖에 수많은 소프트웨어시장의 개미군단들이 탄탄한 기술력으로 무장, 세계시장에서 나름대로의 영역을 개척내 나가고 있다.

또한 간과해서 안될 것은 외국 IT업체들의 활발한 투자 못지 않게 아일랜드 자체의 정보화수준도 상당히 높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아일랜드는 지난해 5월 정부차원에서 「정보화사회 3개년 계획」을 출범시키고 본격적인 「정보아일랜드(Information Island)」건설에 나섰다. 국가차원의 이 프로젝트는 정보사회에 대한 인식을 제고시키고 외국투자를 더욱 촉진시켜 아일랜드를 정보화기지로 육성한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즉 아일랜드 국가경쟁력을 IT산업에서 찾겠다는 국가 경영의 이념인 셈이다. 이처럼 활발한 외국자본을 유치하려는 정부의 정책적 노력과 사회적 인식 및 정보화 기반이 한데 어우러져 IT선진국으로서 면모를 갖춰 가는 아일랜드에서 이제는 결코 산업화시대의 소외된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구현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