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419)

조 반장은 의아한 듯 김지호 실장이 가리키는 환풍기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김 실장님, 컴퓨터하고 환풍기하고 어떤 관계가 있습니까?"

"컴퓨터에 들어있는 프로그램에 의해 외부의 하드웨어가 동작하도록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컴퓨터에서 지정된 시간에 저 환풍기가 자동으로 동작하게 되는 그런 식입니다."

"그렇습니까?"

"네, 작은 컴퓨터지만 외부에 부가적인 장치를 설치하게되면 아주 복잡하고 정밀한 작업을 수행하게 됩니다. 컴퓨터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축적기능입니다. 데이터를 가공하여 저장시키는 기능으로 원하는 시간에 작업이 가능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위층으로 빠져나간 케이블은 어떤 것인가요?"

"확인을 해보아야 합니다. 하지만 섣부르게 확인할 것이 아니라 이 컴퓨터를 정밀하게 확인한 다음 처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조 반장은 확실하게 이해할 수 없는 표정으로 컴퓨터 앞에서 있는 강 형사를 바라보았다.

"강 형사, 경찰서에 연락을 해서 금은방 털려다 현장에서 연행된 승민이라는 친구 영장 청구한 것 어떻게 되었나 확인해 봐. 아무리 현행범이지만 48시간 이내에 영장을 발급받아야 께속 수사를 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그 친구한테 여기서 죽은 여자 혜경이라는 사람을 아느냐고 확인 좀 해줘."

강 형사가 자리를 뜨자 김지호 실장이 컴퓨터 앞으로 다가가며 말을 이었다.

"조 반장님, 이번 사건이 매우 복잡하게 전개되는 것 같습니다. 일반적인 사건이 아니라 복합적인 사건 같습니다. 화재현장과 돈이 불법으로 인출된 은행, 그리고 혜경이라는 여자가 죽은 이 오피스텔의 위치를 보아도 각각의 사건에 어떤 연계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위치에 대한 연계성이요?"

"그렇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위치를 보아도 이번 사건이 각각 임의롭게 발생한 사건이 아닌 듯합니다. 저희도 시뮬레이션을 해보아야 하겠지만, 맨홀에 화재가 나기 전에 은행의 온라인이 끊어졌고 그 중간의 임의의 곳에서 데이터가 입력되었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아, 조금 전에 강 형사가 은행에서 파악해온 데이터가 여기 있습니다. 강 형사 이야기로는 데이터를 압축해서 빠른 시간에 전산망을 통해 보낸 것 같다고 이야기하던데요, 확인해보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