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와 경제불안의 그림자가 아시아지역을 무겁게 짓누르는 가운데 그동안 고속성장세를 구가해 오던 아시아PC시장도 혹독한 시련기를 맞고 있다.
특히 지난 1.4분기에 이어 2.4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돼 우려의 눈길을 피할 수 없는 상황.한국을 비롯,말레이시아,태국등의 PC출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최고 80%가 격감하는 등 산업자체의 붕괴에 대한 위기감마저 느끼게 하고 있다.이의 영향으로 미국,유럽의 호조에도 불구하고 올해 세계PC시장 성장률이 13%에 머물 것으로 시장조사기관인 IDC는 전망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그동안 아시아PC시장을 떠 받쳐 왔고 미국,일본에 이어 세계 3번째 PC생산대국이자 세계 최대 주변기기 생산기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대만은 과연 어떤 상황일까.
미국 업체들에 대한 OEM 생산이 주류를 이루는 대만 역시 세계적으로 불어닥친 PC제품 및 부품, 주변기기의 가격하락세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아시아를 휩쓴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풍부한 외환보유고와 안정된 경제체제는 PC시장의 든든한 바람막이가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만 현지의 시장조사기관인 마켓 인텔리전스 센터에 의하면 대만 PC업체들의 올 상반기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이같은 수치는 미 시장조사기관인 데이터퀘스트의 세계 PC매출액 6% 증가라는 전망치와 비교할 때 엄청나게 높은 것이다. 이와 함께 지난 2∼6일 동안 열렸던 「컴퓨텍스 타이베이」도 올 하반기 PC시장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속에 막을 내렸다.
컴퓨텍스는 아, 태지역 최대 규모이자 세계에서 세번째로 큰 PC전시회인만큼 대만 PC산업의 현황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
또 대체로 상용화 단계에 있는 제품이 많이 출품돼 바이어들의 활발한 구매상담 창구가 되기도 한다.
이를 통해 본 대만 PC산업은 결론적으로 업체들이 가격하락에 따른 수익성 압박으로 고전하는 가운데서도 전반적으로 안정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시아 지역의 경제침체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예상 외의 높은 관심을 모은 가운데 지난해보다 3% 정도 늘어난 전세계 1만6천개의 구매대행사가 찾아 들었고 주문 계약도 전년도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전시회에 참가한 제조업체들은 대체적으로 올 여름 윈도98의 본격적인 출시와 맞물려 미국과 유럽시장의 성장세가 계속되고 올 들어 업체들을 괴롭혔던 재고문제가 최근 어느 정도 해소되고 있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PC시장이 활기를 띠는 하반기에는 다시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고객들도 구매에 있어서 새로운 품목보다는 1천달러 미만의 저가PC를 중심으로 비용절감에 역점을 두는 경향이 강한 것도 이번 컴퓨텍스의 한 특징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모니터나 스캐너, 액정표시장치(LCD) 등 주변기기의 과잉생산과 이에 따른 가격하락이 당분간 업체들의 수익성 유지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현재 아시아 지역의 경제침체는 PC부품이나 주변기기의 가격하락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물론 모니터나 스캐너, 하드드라이브 등 업체들의 과잉생산이 원인이기도 하지만 이 지역의 수요위축이 가격하락에 대한 압박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얘기다.
여기에 한국, 일본 등의 통화가치 하락이 미국 업체들의 LCD나 칩 같은 부품가격 인하를 부채질함에 따라 가격하락 행진은 세계적인 현상이 되고 있다.
특히 대미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대만 모니터산업은 아시아지역의 수요침체와 미국에서 불어닥친 저가PC의 열풍으로 엄청난 가격폭락 현상을 겪고 있다. 물론 제조업체들로선 여간 고역이 아닐 수 없다.
주류를 이루는 15인치의 경우 CRT의 과잉생산으로 현재 지난 3월 말보다도 20%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가격하락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보전하기 위해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마진율이 높은 대형화면으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이 결과 올 하반기에는 17인치 모니터가 PC 주력모델로 확고히 자리잡으면서 올 연말까지 가격이 현재보다 10% 이상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기도 한다.
스캐너 시장도 마찬가지. 「우리는 현재 스캐너 전쟁중」이라는 업체 한 간부의 말처럼 이 시장의 가격경쟁 또한 치열하다. 저가기종은 현재 올 초보다 3분의 1 정도가 떨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업체들이 생산비용 절감을 위해 중국으로의 설비이전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도 두드러진 현상으로 지적된다.
결국 대만 PC업체들은 아시아지역의 침체와 가격하락 한파 속에서도 박리다매의 공격적인 판매전략으로 특유의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구현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