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홀이요?』
『조 반장님, 그렇습니다. 지하 시설물을 관리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구멍입니다. 저 아래에서 발생한 화재도 맨홀속에 들어 있는 케이블에 불이 붙어 일어난 것입니다.』
『김 실장님, 그 속에서 케이블을 끊고 작업을 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일단 여러개의 케이블 중에서 이 은행으로 들어온 케이블을 구분해내는 것도 쉽지 않고, 구분한다 해도 전문적인 기술과 장비가 있어야 합니다. 맨홀 속으로 함부로 들어갈 수도 없습니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렇다면 어디서 작업이 이루어졌을까요?』
『데이터 입력작업이 외부에서 이루어졌다면 광화문지점과 본점 사이입니다. 본점 전산실에서 작업이 되지 않았다면 이 부근입니다. 도로 한복판에 있는 맨홀에는 많은 케이블이 들어있지만 작은 맨홀에는 케이블이 적게 들어있어 케이블의 구분이 용이하고, 골목길에 있어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에 이 부근의 작은 맨홀은 의심이 갈 수 있습니다.』
『그럼 이 부근의 맨홀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겠는데요?』
『일동은행의 전용선은 두개의 맨홀에 수용되어 있습니다. 이 건물 아래에 하나가 있고, 은행 옆에 하나가 있습니다.』
『바로 열어볼 수 있겠네요?』
『그렇습니다. 어렵지 않습니다. 바로 연락하지요.』
김지호 실장은 휴대폰을 통해 김 대리를 불렀다. 어제 이곳 은행의 전용회선을 수리한 작업팀과 같이 오도록 했다. 그리고 김창규 박사에게도 연락을 취했다. 통제실이 아닌 사고현장으로 와서 연락을 하라고 했다. 바로 위층으로 인입된 케이블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전문가가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맨홀.
언제나 맨홀은 매케한 냄새가 음습한 느낌을 준다.
지상과 지하를 구분하는 구멍. 밝음과 어둠의 경계구간.
김지호 실장은 김 대리와 작업팀에서 열어놓은 맨홀 속으로 들어섰다.
케이블. 많지 않은 케이블이었지만 특별하게 눈에 띄는 케이블 하나가 있었다. 최근에 작업한 흔적이 있는 케이블이었다.
『신 주임, 이 케이블은 어떻게 된 것이지요?』
김지호 실장은 일동은행 전용회선을 수리했던 신 주임에게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