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에서는 「가전 최강국」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세계 최초로 가전제품의 재활용을 제도적으로 의무화하는 「가전리사이클법」(가칭)이 참의원(상원)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물론 법 취지는 자원을 가능한 데까지 다시 활용해 궁극적으로 자원을 아껴 환경훼손 속도를 늦추는 데 있다. 내용은 못쓰게 된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폐가전에 대해 제조업체는 재활용의 의무를 지고, 소비자는 그 비용 부담의 의무를 갖는 게 뼈대로 극히 간단, 명료하다.
이 법은 오는 2001년 시행에 들어간다. 그러나 약 2년 6개월의 긴 공백기를 앞두고 부담만 안게 된 제조업체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어 시행까지는 상당한 우여곡절이 예상된다.
우선 당장에 처리시설을 건설해야 하는 제조업체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모든 책임을 업계와 소비자에게 떠넘긴 악법」이라고 분개하며 자신들이 지게 될 부담이 지나침을 간접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일본 당국의 예측으로는 TV,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등 4대 품목의 폐가전 배출량이 연간 2천만대인데, 재활용비용은 대당 1만엔으로 계산해 총 2천억엔에 이른다. 이 가운데 절반은 소비자의 몫이고, 제조업체는 나머지 1천억엔에 처리시설과 폐가전 보관에 사용할 물류시설의 건설비용까지 부담하게 된다.
이 때문에 한편에선 「비용 부담이 이익을 상쇄하기 때문에 가전사업을 포기하는 업체까지 나올 것」이라고 전망한다.
게다가 더 문제가 되는 건 당국이 예측하는 폐가전 배출량이 얼마나 정확하냐이다. 4대 품목의 배출량을 1천만대정도로 보고 있는 업계의 예측이 맞을 경우 처리, 물류시설의 과잉으로 「비용 낭비」라는 결과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소비자 단체에선 폐가전 처리비용의 지불이 후불로 돼 있어 「불법 파기」가 늘 것이라며 「판매시점으로의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 당국은 이 가전리사이클법에 대해 5년간 시행해 본 후 개정한다는 방침이다. 당국의 기대대로 이 법이 변화없이 2005년까지 존재하게 될 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신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