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이동통신] 10,000,000명이 들고 다닌다

『1천만 가입자는 기업들이 진정 내실경영으로 돌아서기를 바라고 있다.』(서정욱 SK텔레콤 사장)

『이동통신의 본격 경쟁을 실감할 수 있다.』(정태기 신세기통신 사장)

『1천만명이면 대통령도 당선시킬 수 있다. 이동전화는 이제 문화다.』(이상철 한국통신프리텔 사장)

『본격적으로 정보시대에 돌입했다.이제 지식사회가 개막됐다.』(정장호 LG텔레콤 부회장)

『발로 뛰는 시대(Foot-work)와 네트워크(Net-work)시대를 넘어 넷풋워크(Net-foot-work) 시대로 접어들었다.』(정용문 한솔PCS 사장)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생소하기만 했던 이동전화 사용자들이 거리 곳곳에 가득하다. 한때 소수계층의 전유물이었던 이동전화는 이제 어엿한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게 됐다.

어느덧 「이동전화 1천만 가입자시대」를 맞이하며 사업자들의 생각은 다양하게 엇갈린다. 거리 곳곳의 이동전화 물결을 보면서 바야흐로 정보시대의 개막을 실감하는가 하면 1천만 가입자 유치 뒤에 가려진 사업자들의 과당경쟁에 우울해지기도 한다. 전세계 어느 곳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단시간에 이룩한 급성장인만큼 만감이 교차하고 있는 것이다.

이동통신단말기 또한 서비스 측면과 상황이 별로 다르지 않다. 어린이의 얼굴을 다 가리고도 남을 만큼 컸던 이동전화가 이제는 양복 안주머니로도 어렵지 않게 들어간다. 한때 소수 계층의 권위를 상징할 만큼 어둡고 딱딱했던 디자인 또한 이제 현란한 색상과 곡선을 자랑하며 신세대의 액세서리로 변화됐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이동전화시장은 다른 산업의 성장과정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 변화무쌍했다. 국내에 전화가 이동개념을 띠고 처음 나타난 것은 지난 84년 4월로 SK텔레콤(당시 한국이동통신)이 차량전화 업무를 개시하면서부터. 자동차에 부착돼 「카폰」으로 불렸던 이 이동전화는 최소 3백만원이 넘었다.

서울올림픽으로 들떠있던 지난 88년 서울지역에 이동전화서비스가 시작될 때도 「휴대폰」은 역시 소수 몇몇 사람들이나 이용할 수 있는 사치품으로 전화기도 크고 둔탁했다.

이동전화 가입자수가 1백만명에 이른 때는 지난 95년 1월 첫 전파가 발사된 후 10년의 시간이 지난 다음 이뤄졌다. 하지만 96년 들어 SK텔레콤이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디지털 이동전화에 대한 지역별 상용서비스를 시작하고 4월 신세기통신이 경쟁사로 등장하면서 이동전화 가입자수는 큰 폭의 증가세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97년 하반기 개인휴대통신(PCS)의 등장과 함께 가입자수는 가파른 상승세를 탔으며 시장 또한 본격 경쟁체제로 접어들었다. 1백만 가입자를 모으는 데 10년의 시간이 필요했던 초창기와 달리 5개 사업자가 8개월 남짓한 기간 동안 확보한 가입자수는 5백만명을 넘었다.

단말기 보조금을 비롯, 사업자들의 치열한 마케팅에 힘입어 이동전화 가입에 필요한 비용도 20만원 밑으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지난 96년 3백18만명에 이르던 이동전화 가입자수는 97년 6백82만여명으로 늘었고 업계 관계자들이 추정하는 98년말 전체 이동전화 가입자수는 1천1백6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서비스 매출액 규모도 96년 1조9천6백여억원이었던 매출액 규모가 97년에는 3조1천억원으로 확대됐고 98년에는 약 5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올해 첫 시범서비스를 준비중인 범세계 위성이동통신(GMPCS) 또한 98년 70여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계획이나 2001년에는 1천1백30여억원의 매출과 10만여명의 가입자를 확보할 전망이다.

이동전화사업자들은 1천만 가입자를 달성한 현추세에 미뤄볼 때 오는 2001년경에는 가입자수가 2천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비스 초기처럼 가입자 유치에 전력을 투구하지는 않겠지만 이동전화 가입자수가 2천만명까지는 꾸준히 증가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동전화사업자들은 2천만명을 바라보며 업계에 이는 변화의 물결에 주목하고 있다. 가입자 유치로 맞춰졌던 중심축은 품질향상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최고의 통화품질과 부가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모든 사업자가 또 다른 발상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단말기 또한 소형, 경량화 추세를 토대로 디자인 경쟁으로 접어들었으며 신세대를 겨냥한 현란한 패션전화기들은 이동전화에 이는 변화의 바람을 보여준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동전화가 정보단말기임을 지향하는 미래에는 단말기와 서비스의 형태변화가 자명하며 보다 많은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단말기 액정창의 크기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실생활과 이동전화 주파수를 접목시킨 부가서비스들이 봇물을 이루며 전화는 또 다른 유행을 창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세상이 전화 속으로 이동하고 있다.

【김윤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