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이동통신] 핸즈프리 기술 흐름

「춘추전국시대」 「끝이 보이지 않는 무한경쟁」

핸즈프리 업체의 현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현재 국내에 산재해 있는 핸즈프리 업체는 20여개 업체로 추산된다. 영세한 업체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30∼35개 업체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5백억원 정도의 시장 규모에 비하면 터무니 없이 많은 업체가 난립돼 있다.

우후죽순처럼 업체들이 난립하다 보니 시장경쟁 또한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저가 덤핑, 출혈경쟁이 도를 넘어선 지 오래다. 이에 따라 시장은 갈수록 혼탁해지고 있다. 판매가격은 생산원가 이하로 추락하고 있으며 회복 기미도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이같은 제살깎기식 경쟁은 결국 부메랑처럼 업체들의 발등을 찍을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개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핸즈프리 업계가 대부분 영세한 중소업체 중심으로 형성돼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한 업체가 덤핑으로 가격을 내리기 시작하면 다른 업체도 이에 편승해 도미노 현상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는 구조를 지녔기 때문이다.

이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핸즈프리의 유통경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핸즈프리는 통상 3가지 방법으로 제조업체에서 소비자 손에 닿게 된다.

첫째는 대리점을 통한 방법이다. 핸즈프리 업체 중에서도 그나마 규모가 있는 업체는 통신기기 대리점을 통해 핸즈프리를 공급하게 된다. 하지만 이동통신 대리점은 한 업체뿐 아니라 다른 업체의 핸즈프리도 취급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제품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한 업체가 저가로 공급하기 시작하면 다른 업체도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두번째는 중간딜러를 통한 방법이다. 중간딜러는 몇개의 대리점을 관리하며 핸즈프리를 공급하게 된다. 당연히 중간딜러 입장에서는 차액을 많이 남기기 위해 제조업체에서 가능한 한 저가로 제품을 공급받기를 원하게 된다. 하지만 유통망이 없는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그나마 현금 확보를 위해 이같은 중간 딜러의 요구를 수용하게 되며 이 와중에 가격질서는 흐려지게 되는 것이다.

세번째는 단말기업체에 직접 공급해 사업자가 단말기와 함께 대리점에 직접 공급하는 경우다. 이는 그나마 제가격을 받아 업체들이 선호하고 있으나 최근에는 IMF로 어음결제 기간이 길어지면서 메리트가 없어지고 있다. 특히 단말기 업체수에 비해 핸즈프리 업체가 절대적으로 많아지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공급가격은 계속 낮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이같은 출혈경쟁은 저가의 불량 핸즈프리를 양산하고 있다. 생산자 표시조차 붙어 있지 않은 불량제품은 정품 핸즈프리 가격의 50%에 불과해 저가격을 무기로 급속히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이런 불량 핸즈프리는 음질이 선명하지 않을 뿐더러 스피커와 마이크의 울림현상이 심하고 특히 일부 핸즈프리는 제품규격, 문의 전화번호조차 갖추고 있지 않다. 이들 제품은 충전기능이 불안정해 충전불량으로 인한 배터리 손상은 물론 과부하로 인한 핸드폰의 부품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핸드폰 본체의 치명적인 고장원인이 되고 있다.

현재 이동통신 대리점에 AS를 문의하는 이동전화 단말기 20∼30% 정도는 불량 핸즈프리 사용으로 인한 고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 업계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처방은 간단하다. 자체 정화노력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선의의 업체가 더이상 피해보기 전에 품질과 기술력으로 승부할 수 있는 풍토를 마련해야 한다고 업체에서는 입을 모으고 있다.

<강병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