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435)

『바로 저기요.』

김지호 실장은 창연오피스텔을 가리켰다.

『저 오피스텔의 1820호실에서 일동은행에 근무하던 여직원이 죽었고, 그 바로 위층의 2020호실로 죽은 여자의 컴퓨터에서 빠져나온 케이블이 연결되어 있었소. 위성 안테나의 케이블도 그 호실로 연결되어 있었소.』

『그럼 어떻게, 올라가 볼 수 있겠소?』

『올라가 봐야지요. 잠깐만 기다리시지요. 아까 경찰서 형사반장과 함께 올라가 보기로 했소. 우리만 올라가는 것보다는 경찰과 함께 올라가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연락을 하기로 했소. 바로 연락하겠소.』

김지호 실장은 곧 조 반장에게 연락을 취하고 나서 김창규 박사를 창연오피스텔 1820호실로 안내했다. 조 반장과 같이 근무하는 강 형사가 컴퓨터의 파일을 계속 파악하고 있었다. 강 형사의 안내를 받아 컴퓨터의 구조를 찬찬히 살핀 김창규 박사의 의견도 김지호 실장의 의견과 같았다. 일반적인 컴퓨터가 아니었다. 특히 외부 하드웨어에 의한 환풍기의 작동과 근거리통신망으로 연결된 2020호실의 연동을 주의깊게 살폈다.

『김 실장, 이 화면 좀 보시오.』

한동안 컴퓨터를 만지던 김창규 박사가 김지호 실장을 불렀다. 화면에는 말들이 교미를 하는 모습이 동영상으로 떠 있었다. 오디오도 함께였다. 긴 페니스를 늘어뜨린 수컷이 갈기를 세우고 히히힝 소리를 질러대며 암컷의 등 위로 올라타고 있었다.

『이 동영상 파일은 어디에 있는 것이지요?』

『호스트컴퓨터에 있는 내용이요. 이것뿐이 아닐거요. 잠깐만 기다려 봅시다.』

화면이 바뀌며 사람들의 섹스 장면이 떠올랐다. 흑인 남자와 백인 여자의 섹스 장면이 동영상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흑인 남자와 백인 여자의 적나라한 섹스. 완전한 성인물이었다. 보통 비디오보다 더욱 선명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어떻게 이런 내용이 이런 곳에 들어 있지요?』

『2020호실을 확인해봐야 할 것 같아요. 이곳의 컴퓨터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호스트에 있는 파일이요.』

조 반장이 들어선 것은 그때였다.

김지호 실장은 김창규 박사와 조 반장을 서로 인사를 시켰다. 그리고 컴퓨터에 나타난 화면을 확인하고 함께 2020호실로 올라섰다.

2020호실.

차임벨을 누르자 금방 문이 열렸다.

작은 키에 도수 높은 안경을 낀 사내.

환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