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438)

『김환철씨, 이 테라코타에도 때가 많이 탔는데, 이것은 누가 이렇게 만들었지요?』

『형사반장님, 그것은 제가 그랬습니다. 특별한 이유랄 것은 없었고, 느낌이 좋아 가끔씩 만졌을 뿐입니다.』

『저 아래 1820호실의 테라코타와 같은 것이라고 하셨지요?』

『그렇습니다. 혜경씨의 테라코타와 똑같은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헌데, 이곳에서 혼자 사시나요?』

『네. 아직 혼자입니다.』

『죽은 혜경씨하고 결혼할 생각이셨습니까?』

조 반장은 김지호 실장과 헤어진 후 경찰서에서 승민을 만나 혜경과의 관계를 들어 알고 있었다. 혜경과 승민은 결혼할 사이였다는 사실을 승민에게 들어 알고 있었던 것이다.

『결혼이라는 이야기를 꺼내지는 못했습니다만 서로 문제될 것은 없었습니다.』

『혹시 혜경씨한테 결혼을 약속한 남자가 있었다는 것을 알고 계셨습니까?』

『아니요, 모르고 있었습니다. 다만 남자친구가 몇 명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만, 결혼을 약속한 친구가 있다는 것은 알지 못했습니다.』

『만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했지요?』

『혜경씨와 만난지요?』

『그렇습니다.』

『1년 정도 되었습니다. 아까 혜경씨의 방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친하게 지낸 지는 6개월 정도 되었습니다.』

『그 동안 별다른 느낌은 없었습니까? 다른 남자를 사귀고 있다는 그런 느낌 말입니다.』

『알았다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혜경씨와 저와의 관계가 있는 것이고, 혜경씨와 다른 사람과의 관계도 분명히 있습니다. 별개의 것입니다. 상관없습니다.』

『일반적인 상식 가지고는 그대로 방치시키지 못할텐데요.』

『그렇게 본다면 다른 사람한테도 제가 문제가 되겠지요. 그 사람이 저를 객관화시키지 못한다면 그 관계는 저로 인하여 종료되는 것이겠지요. 그렇지 않다면 저처럼 혜경의 사생활을 객관화시킬 수 있었기 때문에 관계를 유지했다고 볼 수 있겠지요.』

『맘에는 들었습니까?』

『맘에 들었느냐구요? 어떤 면에서요?』

『모든 것 다요.』

『왜 죽었는지는 모르지만 멋있는 여자였습니다. 그만큼 저에게도 집착했었구요.』

『혜경씨가 죽은 날 밤 어디 있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