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업자들 외자유치 안하나 못하나.」
국내 주요 기간통신사업자들이 국제통화기금(IMF) 한파와 경영위기 탈출을 겨냥, 경쟁적으로 나섰던 외자유치 활동이 소문만 무성한 채 아직까지 한건도 성사(본계약 체결)되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넘치는 달러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있는 정부가 비록 주요 공기업을 대상으로 한 것이긴 하지만 외화차입을 자제하라는 권고까지 하고 있으며 일부 대기업들도 환율이 1천2백50원대로 곤두박칠치자 아예 국내에서 필요자금을 조달하는 방향으로 U턴, 통신사업자들도 이에 영향을 받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유행처럼 번졌던 통신사업자의 외자유치는 어떤 방식으로든 「계속 추진」의 「진행형」이라는 분석이 압도적이다. 이 때문에 통신사업자들의 외자유치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많은 설이 돌아다니고 있다.
통신사업자의 외자유치가 지지부진한 가장 큰 이유는 외국투자가와 국내 사업자간 이해조정이 어렵다는 것이다. 캐나다 BCI와 이미 투자의향서를 교환한 한솔PCS의 경우 이번 주에 본계약 체결 발표를 계획하고 있지만 「개봉박두 예고편」만 벌써 몇개월째 되풀이, 한솔 직원들은 물론 관계기관 심지어 언론까지 지친 표정이다.
또 지금까지 외자유치가 임박했다고 알려진 신세기통신, 데이콤, LG텔레콤, 한국통신프리텔 등 여타 기업들도 소리만 요란했지 손에 잡히는 가시적 성과는 전무하다.
이들은 대부분 외국 대상업체와 조건협상이 어렵다고 토로한다. 증자과정에 참여하는 형태로 외자를 들여오다 보니 주당 가격을 어느 선에서 결정해야 하는지, 또 지분에 따른 경영권 배분은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에 대한 결정이 문제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국내기업들이 외자유치에 급급한 점을 악용, 외국인들이 「거저 먹으려고 달려든다」는 혹평까지 제기된다. 기업의 내재가치 평가에 따른 적정가격으로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 일방적인 조건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관련업계가 한솔의 외자도입 조건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각자 협상 파트너와 논의를 진행중이지만 「1번 타자」로 본계약 체결에 나설 한솔의 조건이 향후 하나의 기준점이 된다는 인식이다.
외자유치 대상으로 거론된 외국기업은 BT를 비롯, 어지간한 외국 대기업 이름은 거의 모조리 리스트에 올랐다. 또 일부업체는 한국의 통신사업자 이곳저곳에 투자의향을 비치면서 경영정보를 평가하고 있다.
정부는 올 연말까지 최소한 20억달러 이상의 외자가 유입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러나 현재 이뤄지고 있는 통신사업자들의 협상과정을 보면 쉽지 않은 수치라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물론 외자도입이 하루 아침에 결정될 수 없고 외국기업의 상거래 관행상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다는 것은 업계 관계자들도 인정하지만 최근에는 좀처럼 진전이 없다고 아쉬워한다. 현재까지 통신사업자들의 외자유치는 「하고는 싶지만 잘 안된다」는 게 정답일 듯 싶다.
<이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