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455)

『그동안 오프라인으로 되어 있던 우리나라 정보통신에 관련된 역사가 이제 온라인으로 되는 것이오. 그동안 객관적인 역사를 통해 정보통신에 관련된 역사를 정리하던 것을 이제 정확한 자료를 가지고 정립할 수 있을 것이오. 정보통신 역사를 온라인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기쁘오.』

어린아이처럼 풍덩풍덩 소리를 내며 연못을 걸으면서 팔순의 진기홍 옹은 힘있게 말했다. 한 사람의 정열이 잘려진 정보통신 역사를 이은 것이다.

『이번에 발생한 맨홀화재에 대한 단서도 찾을 수 있을까요?』

『물론이지요. 아까 대강은 보았소. 특히 다나카에 대한 부분은 거의 다 확인했어요. 독수리를 어깨에 얹고 다니며 우리의 통신인들을 위협했다는 내용도 있었어요. 현재 일본 NTC 회장의 조부라는 것도 확인했어요. 내일이면 다른 부분도 다 알게 될 거요. 너무 어두워졌소. 자, 이제 차나 한 잔 합시다. 참 기분 좋은 하루요.』

아래쪽에서 보면 이층이고, 위에서 보면 1층인 찻집으로 오르는 계단에서 진기홍 옹은 잠깐 발길을 멈추고 김지호 실장에게 말했다.

『참, 그 독수리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어요. 조로아스터의 지팡이 위에 앉아 있던 독수리라고 되어 있고, 다나카가 불을 신봉하는 조로아스터라는 종교에 심취되어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었어요. 다나카는 통신 피탈과정에서 전면에 나선 적이 한번도 없었으며, 무대 뒤에서 모든 것을 조정하던 음흉한 사람으로 되어 있었어요.』

『선생님, 조로아스터라고 했습니까?』

『불을 신봉하는 종교, 즉 배화교라고 되어 있었어요.』

『선생님, 맞습니다. 조로아스터교는 불을 숭상하는 종교예요. 선과 악 모두를 불로 녹여 새로운 세상을 만든다는 종교예요. 우리가 말하는 짜라투스트라가 바로 조로아스터와 같은 이름입니다. 다나카와 배화교. 그리고 맨홀화재. 어떤 연관이 있지 않을까요? 그 친구의 방에도 독수리 그림이 있었습니다.』

『내일이면 이 책의 내용이 다 파악될 거요. 그때 체계적으로 정리해 봅시다. 김 실장, 우리 종 한 번 칩시다. 이제 정보통신 역사가 온라인화되었음을 축하하는 종을 칩시다. 어린시절 시간을 알려주던 종, 말 그대로 학교 종을 칩시다. 이 찻집을 들를 때마다 언젠가 한 번 쳐보고 싶었던 종이었소.』

『선생님, 종은 치라고 존재하는 것 아닌가요?』

땡땡 땡땡. 종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생각보다 그 소리가 컸다.

땡땡 땡땡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