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러貨 특수에 대비하자

내년 1월 1일부터 유럽단일통화(유러화)체제가 정식 출범함으로써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이 문제는 컴퓨터 2000년 문제(Y2k)와 연계돼 있어 중요성을 더하고 있다.

유러화 문제는 야뉴스의 얼굴을 하고 있다. 문제해결에 적극 나서는 기업에는 새로운 기회를 보장하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에는 20세기 마지막의 큰 시련을 안겨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주요 유럽 국가들은 지역경제의 블록화를 통한 경제활성화를 위해 99년부터 유럽의 통화를 단일화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현재 새로운 단일화폐(EMU)를 시범사용중이다. 유럽위원회(EC)는 99년 1월까지 기존 국가별 화폐와 유러화 사이의 전환비율을 확정하고, 유러화를 통한 외환거래 업무를 개시하는 한편 새로운 공공 부문의 차관은 유러화를 기준으로 시행할 방침이다. 이어 2002년 1월까지는 모든 금융 부문의 업무를 유러화 체제로 완전 전환하고, 유러화 지폐와 동전의 유통을 시작하며 공공업무 분야에서도 유러화 체제로 전환할 방침이다. 또 2002년 7월까지는 역내 모든 국가의 은행권 지폐와 동전의 법정통화 지위를 취소할 계획이다.

기존 시스템을 99년 1월 1일에도 잘 운영할 수 있도록 전환하는 작업은 기존 시스템에다 또 하나의 통화를 추가할 수 있는 여력만 갖추면 될 것 아니냐고 쉽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여러 가지 난제들이 도사리고 있다. 우선은 유러화는 또 다른 하나의 해외 통화가 생겨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다. 이는 철저히 새로운 통화수단으로 기존 일반 이중 화폐시스템으로는 절대 지원할 수 없는 통화규범을 갖추고 있다.

유러화 문제를 기존의 시스템으로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금융시스템은 물론 주문입력, 실행 및 재고관리 시스템과 나아가 전자 상거래 애플리케이션까지 전부 손을 봐야 한다. 따라서 이 모든 부문에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유러화를 통한 신규 시장은 기존 시스템을 유러화 처리가 가능한 새로운 시스템으로 변환하는 작업 그리고 기존 인력들에 대한 새로운 제품관련 기술교육 등 크게 두 가지 부문을 중심으로 발생할 것이다. 이 부문은 향후 5년간 7백억 달러 내지 8백억 달러대에 달할 전망이다.

유러화 문제는 특히 Y2k 문제의 전초전이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유러화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한 기업이 Y2k 해결 부문에서도 신뢰성을 확보하고 더 좋은 입지를 구축할 것임은 자명하다. 두 문제 모두 20세기를 마지막으로 장식할 양대 버그로 해결기법상 공통점이 많기 때문이다. 유러화 문제에서 뒤질 경우 자칫 Y2k 분야에서도 패배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최고경영자에서 말단 사원까지 유러 문제가 유럽인들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먼저 깊이 인식해야 한다.

좀 늦은 감은 있지만 삼성SDS, LGEDS시스템 등 국내 기업들도 최근 들어 이 분야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문 컨설팅 조직을 구축하고 유럽 내 사업부를 유러화 체제에 맞춰 전면 개편해야 한다. 따라서 궁극적으로는 유러화로의 전환이 유럽 내 사업부의 리엔지니어링 효과를 가져오고 상당한 절감혜택을 가져올 수 있는 방향으로 유도해야 한다. 나아가 일찍부터 이 문제에 깊이 관여해온 유럽의 전문 업체들과의 활발한 협력을 통해 문제 해결에 가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특히 Y2k 문제와 연계해 추진함으로써 효율성의 극대화를 꾀하려는 노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칠 수가 없다. 이를 통해 2000년을 앞두고 닥친 양대 버그를 해외진출을 위한 새로운 기회로 전환하려는 슬기로움을 발휘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