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글윈도98" 출시에 부쳐

그동안 컴퓨터업계의 지대한 관심을 끌어오던 한글윈도98이 판매되기 시작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지난 11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한글윈도98의 제품 발표회를 갖고 본격적인 제품판매에 나섬으로써 우리나라도 윈도98시대가 열리게 됐다.

이번 한글윈도98 출시로 국내 PC의 운용환경은 큰 변화를 맞게 됐다. 우선 한글윈도98을 PC에 깔면 컴퓨터 사용자들은 기본적으로 인터넷 익스플로러 4.0를 통해 인터넷을 즐길 수 있고 각종 프로그램을 기존 윈도95보다 30% 이상 빠르게 작동할 수 있다. 또 원하는 화면을 띄우기 위해선 마우스를 두 번 눌러야 하지만 이번 한글윈도98은 한 번의 클릭으로 원하는 화면으로 이동할 수 있다.

한글윈도98의 출시는 이러한 컴퓨터 운용환경 변화에 못지 않게 시장창출면에서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IMF를 맞으면서 국내 대부분의 PC업체들은 전년 대비 40%도 되지 않는 판매실적으로 경영상의 큰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글윈도98의 출시는 「한 줄기 희망」이 아닐 수 없다. 대부분의 컴퓨터업체들은 이번 한글윈도98 출시로 지금까지의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던 국내 컴퓨터시장이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전자랜드나 티존코리아, 세진컴퓨터랜드 등의 컴퓨터 유통업체들과 다우데이타시스템, 인성정보유통 등 총판업체의 전국대리점에는 한글윈도98이 발표된 당일 제품구매를 위한 고객방문이 줄을 잇고 있고 문의전화도 쇄도하고 있다. 일부 업체의 경우에는 매장문을 연 지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수십 개의 제품이 모두 팔려 나갈 정도로 컴퓨터 사용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윈도98의 본격적인 판매는 침체돼 있던 컴퓨터시장에 활력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시장활성화 차원에서 공급자인 마이크로소프트와 수요자인 컴퓨터 사용자들이 몇 가지 명심해야 할 사항이 있다.

우선 마이크로소프트는 현재 처음 사용자용으로 25만원, 업그레이드용으로 13만원에 책정돼 있는 제품가격(부가세 별도)의 적정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물론 제품의 가격산정은 제조원가에 기타 경비와 적정마진을 포함해 기업의 판단에 의해 이루어지는 게 보통이다. 이러한 점에서 제품의 가격산정에 대해 비판을 할 형편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컴퓨터 사용자들이 현재 윈도95를 사용함에 있어서 별로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터넷의 기능을 부가하고 프로그램의 처리속도를 빨리 했다는 점을 내세워 업그레이드용으로 13만원을 받는다는 것은 IMF로 소비심리가 위축돼 있는 컴퓨터 사용자 입장을 고려했을 때 다소 비싸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 처음 사용자용 한글윈도98의 평균가격 25만원도 마찬가지다. 특히 윈도98 가격과 관련해 미국 컴퓨터 사용자들의 불만이 적지 않은 점을 감안해 한국MS는 잠재고객들의 제품가격에 대한 의견을 소홀히 들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 다음으로 중소 조립PC업체와 긴밀한 관계도 있어야 하겠다. 그동안 불법으로 한글윈도95를 복제해 주던 많은 중소 조립PC업체들은 정부의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에 대한 단속이 심해지면서 마이크로소프트에 한글윈도95를 비롯해 각종 제품을 대기업과 비슷한 조건으로 공급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마이크로소프트는 대기업과의 형평성 문제를 내세워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왔다.

이제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번 한글윈도98 출시를 계기로 더 이상 이 문제로 줄다리기를 할 것이 아니라 컴퓨터 사용자들에게 한 단계 높은 컴퓨팅 환경을 제공하고 소프트웨어의 불법복제를 근절한다는 취지에서 중소 조립PC업체에 대한 제품공급을 전향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선 상가상우회를 통해 중소 조립PC업체들이 공동으로 윈도98을 대량으로 구매하도록 하는 방법도 연구해 봄직하다.

조립PC업체나 개인 사용자들은 이번 한글윈도98 출시가 정품사용을 정착시키는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불법복제 소프트웨어의 사용은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발전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에 대한 강력한 단속을 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번 윈도98 한글판을 내놓으면서 정품CD 중앙에 「Genuine」이란 영문글씨를 3차원 홀로그램으로 넣고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 제품에도 정품인증서 윗부분을 손으로 문지르면 같은 글씨가 나타나도록 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를 통해 본의아니게 복제품을 정품으로 잘못 알고 구입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그 속뜻을 보면 앞으로 불법복제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담겨 있다. 이러한 점에서 그동안 별 의식없이 소프트웨어를 복제해 사용하던 조립PC업체들이나 개인 사용자들은 윈도98을 불법으로 복제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