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자부품 업계가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신제품의 구성비율을 늘리기 위해 연구, 개발부문에 대한 투자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함에 따라 부품을 구매하는 세트업체들의 가격인하 요구도 그 어느때보다 거세다. 세트업체들의 이같은 가격인하 요구는 최근 이동통신 단말기 등 소형 휴대기기의 등장과 함께 개발되고 있는 첨단부품 분야보다는 기존의 범용부품 분야에서 더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전자부품 업체들이 연구, 개발에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은 세트업계의 빠른 변화에 발빠르게 대처함으로써 치열한 경쟁상황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함이다.
세트업체의 제품개발 속도에 맞춰 신제품을 제때 공급하지 못하고 기존 제품을 중심으로 한 판매전략만을 고수한다면 매출액과 경상이익을 끌어올리려는 생각은 일찌감치 접어두는 것이 낫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3월 결산에서 일본 부품업계에는 기존에 개발한 제품이 달성하지 못한 매출목표를 신제품 투입을 통해 간신히 메워 적자를 모면한 부품업체들이 눈에 띄게 많았다. 이처럼 부품업계가 어려움에 빠진 것은 경기침체에 따른 주문량 감소로 가격인하가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별다른 경쟁 없이 마음껏 실속을 챙길 수 있는 신제품 개발이 이번처럼 간절하게 느껴진 적이 없었다고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설명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의 주요 전자부품 업체 30개사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21개사가 연구, 개발비용을 전년도보다 훨씬 늘려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 이상 올려 잡은 업체도 9개사에 달했다.
연구, 개발비용을 전년도보다 낮춘 업체는 3개사에 불과했고 6개사는 전년도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다이요유덴의 경우 올해 연구, 개발비를 전년 대비 13% 늘어난 36억엔으로 책정했다. 각종 기기의 경박단소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 칩부품 등 핵심 상품의 매출액 구성비를 지난 3월 결산 당시의 29%에서 오는 2001년 3월 결산에서는 45∼5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일본항공전자공업도 올해 연구, 개발비를 전년도에 비해 15% 증가한 45억엔으로 잡고 신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커넥터 전문업체인 혼다통신공업은 지난해 12억엔을 신제품 개발을 위해 투자했으나 올해는 14억엔으로 늘려 잡았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주문량을 늘리기 위해 무리하게 가격경쟁에 뛰어들었다가는 다시는 헤어날 수 없는 구렁텅이로 빠질 뿐』이며 『앞으로는 다른 업체가 손대지 않은 분야를 개척해 나가는 전략이 매출액을 끌어올리는 데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혼다는 전체 설비투자액 중 75%를 신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투자액으로 사용하고 있다. 올해는 신제품 개발을 위해 책정한 투자비를 PC카드용 커넥터와 광커넥터 및 이동통신 관련기기용 커넥터 등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혼다는 이같은 신제품 개발을 통해 일정액의 이익을 확보하고 기존의 범용 커넥터분야에서도 채산성을 잃지 않을 정도의 가격정책을 전개해 10% 내외의 경상이익을 기록한다는 계획이다.
수정부품 업계에서는 연구, 개발을 위한 시설을 확충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다이신쿠의 경우 지난 5월 사이타마현 오미야시에 도쿄연구소를 개설하고 수정부품 업계의 기술추세에 부합하는 첨단 수정관련 부품개발에 나섰다.
다이신쿠는 우선 연구원 18명으로 연구소를 운영, 점차 인원을 늘려 30명 규모의 연구개발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닛폰덴파공업도 연구, 개발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최근 약 10억엔을 투자해 사이타마현 사야마시에 있는 사야마사업소의 증축공사에 나서 오는 10월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한편 연구, 개발력의 향상과 함께 신제품 분야의 시장조사와 시장개척에 주력하는 마케팅부문을 강화하는 업체도 있다.
도킨의 경우 지난 4월 조직을 개편하면서 「마케팅 기술본부」를 신설했고, 일본항공전자공업도 지난달에는 주력제품인 커넥터의 영업체제 강화를 위해 「프로덕트 마케팅부」를 본부로 승격시키고 인력도 보강했다.
경기침체로 수익환경이 악화되는 가운데서도 사업확대의 원동력이 되는 신제품 개발력과 마케팅 능력을 배가하기 위한 일본 부품업체들의 투자노력에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