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송배전시설 임대사용 제도화 방안

정보통신부가 송배전시설, 지하철 등에 전기통신설비의 설치를 위한 관로의 건설 또는 대여가 가능하도록 제도화하는 방안을 마련, 관계부처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어 앞으로 초고속망 구축과 관련한 투자의 낭비는 물론 공기의 획기적인 단축 등 그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정통부는 이를 위해 현행 정보화촉진법을 개정, 전기통신기본법에 규정한 기간통신사업자, 유선방송관리법에 의한 유선방송사업자 및 종합유선방송법에 의한 종합유선방송사업자가 도로, 철도, 지하철도, 송배전시설, 상하수도, 관로 등을 건설, 운용, 관리하는 자에 대해 필요한 비용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전기통신선로설비의 설치를 위한 관로 등의 건설 또는 대여를 요청할 수 있도록 명문화할 계획이라고 한다. 중계유선사업자나 케이블TV사업자, 초고속망사업자를 비롯한 신규 통신사업자들이 필요할 경우 송배전시설 등 이들 시설을 임대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화할 경우 사회간접시설의 활용도 제고 등 그 파급효과는 상당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전력을 산하기관으로 두고 있는 산업자원부가 안전성 침해를 이유로 「송배전시설」을 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주장하고 있어 이 문제가 쉽게 타결되지 않을 것 같다는 점은 유감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산자부측은 전력설비의 신뢰성 확보 및 안전사고 예방 차원에서 「송배전시설」은 대상에서 제외해야 하며 필요시 상호협의에 의해 당사자간 사적 계약형태로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물론 송배전시설에 전기통신선로설비를 시설할 경우 전기통신선로설비의 설치 및 유지보수시 송배전 계통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고 특히 전주가 전력공급을 위한 설비 및 부속장치의 설치, 운영의 범위 내에서 설계돼 있어 새로운 전기통신선로 설치시 강도부족으로 경사, 도괴 등이 우려된다는 산자부의 주장에도 전혀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국가의 동맥인 전력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서는 송배전시설은 어떠한 이유로도 훼손되거나 장애를 받아서는 안되며 특히 유사시에는 최우선적으로 안전이 보호되고 유지돼야 할 매우 중요한 국가시설물이기 때문이다. 산자부가 송배전시설의 공동이용을 반대하는 것도 안전이 최우선적으로 강구돼야 하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정통부가 송배전시설의 이같은 안전문제와 관련, 사전에 만반의 안전대책을 강구한 후에 전기통신설비를 설치하겠다고 하는데도 이를 반대하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특히 한전측에선 그동안 케이블TV 전송망사업을 수행하면서 전신주에 케이블TV 가입자망을 구축해 온 상황이었는데 이제 와서 자체 케이블TV망 이외의 신규 통신사업자망은 송배전시설의 안정성을 해친다는 이유로 반대한다는 것은 단순히 송배전시설의 안전성 문제만이 아닌 다른 뜻이 있는 것이 아닌지 궁금하며 정통부가 논리적 모순이라고 지적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이해된다.

사실 전주 사용을 둘러싼 마찰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중계유선방송업체들이 대부분 인근의 전주를 이용해 중계유선망을 구축하기 때문에 한전측과 실랑이를 벌이기가 일쑤였고 급기야는 한전측이 국가기간 시설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포설된 케이블을 끊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극히 최근에 발생된 일부 지역에서의 분쟁에 있어서는 시청자들의 불편을 감안, 기포설된 케이블에 대해선 계속 사용토록 양해하는 선에서 일단 매듭을 지었지만 한전측은 전주에 불법으로 전송선로를 가설하는 것은 막겠다는 것이 기본입장이고 따라서 분쟁의 소지는 계속 남아있다. 더욱이 중계유선방송들은 앞으로 부가서비스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광케이블 신규포설이 불가피한 실정인데 이 문제가 원활하게 타결되지 않을 경우 앞으로 한전과 관련업계간의 마찰은 더욱 심각해질 소지가 있으며 또는 이는 부가서비스 활성화에도 최대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나아가 초고속망 조기구축을 어렵게 하고 중복투자를 초래케 하는 등 국가적인 손실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송배전시설의 안전성 확보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의 이용을 제도화하는 방안은 적극 강구돼야 할 것이다.

산자부측에서는 상호협의에 의해 당사자간 사적계약 형태로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전국 방방곡곡에 있는 공공시설을 사적계약 형태로 추진할 경우 안전성 확보에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차제에 도시미관을 해치면서 가가호호 난맥상을 이루고 있는 기존의 케이블에 대해서도 이제는 근본적인 검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해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