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량화 경쟁이 치열한 휴대전화기의 무게를 더 가볍게 할 수 있는 새로운 리튬이온전지가 최근 등장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일본의 벤처기업인 하이발과 싱가포르의 벤처기업인 볼텍은 「휴대전화용 2차전지로서의 세계 보급」을 목표로 세계 최초로 단(單)4 크기의 원통형 리튬이온전지를 공동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단4는 직경 약 10㎜, 길이 약 44㎜ 크기에 무게 약 12g의 전지 규격을 의미하는데, 이번에 하이발과 볼텍 두 회사가 공동개발한 것은 엄밀히 말해 이 규격의 리튬이온전지를 만드는 제조기술이다.
특히 이들 업체가 제조한 단4 크기의 원통형 리튬이온전지는 현재 휴대전화기의 주력 2차전지로 사용되고 있는 니켈수소전지와 비교할 때 성능(연속사용시간)이 대략 1.5배 우수하기 때문에 금후 휴대전화기용으로서의 리튬이온전지 보급이 크게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주목된다.
대략 10년 전 시장에 등장한 리튬이온전지는 고용량과 경량을 앞세우고 최근 34년 주로 휴대전화와 노트북PC용으로 빠르게 성장해 온 게 사실이다. 특히 일본에서는 휴대전화용으로 각형 리튬이온전지가 1백% 가까이 채용되고 있다.
그러나 전세계적으로는 휴대전화기용 2차전지의 주류는 아직은 니켈수소전지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직경 10㎜ 크기의 원통형 니켈수소전지는 전체 휴대전화기용 수요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반해 전세계에서 휴대전화기용으로 채용되고 있는 리튬이온전지 비율은 전체의 30%을 밑도는 부진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사실상 일본에서만 통하는 각형 리튬이온전지는 양산성이 떨어지고, 그에 따라 가격도 비교적 높을 수밖에 없는 문제를 계속 안게 된다.
단4형 리튬이온전지의 개발은 이같은 문제에 착안하고 있다. 즉 양산 효과을 통해 저가화를 실현하면 리튬이온전지의 수요를 비약적으로 확대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번 공동개발의 주체인 하이발과 볼텍은 리튬이온전지 최대 업체인 소니에어지텍의 출신의 개발자들이 설립한 전지개발 벤체기업이다. 다만 볼텍은 싱가포르의 전자업체인 골드트론이 출자하고 있다.
이들이 개발한 단4형 리튬이온전지는 직경 10㎜ 크기의 원통형이며, 무게가 11.6g 정도이다. 주요 특징은 전지 소자와 전지 용기 사이에 각극이 없다는 점인데, 그 만큼 용량은 높아지게 된다.
단4형 리튬이온전지를 휴대전화기의 2차전지로 사용할 경우 2개로 니켈수소전지 3개와 같은 성능을 발휘한다. 이 때문에 결과적으로 체적면에서는 33%, 중량면에서는 40%(17g)의 삭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 리튬이온전지를 니켈수소전지와 똑같이 3개 내장해서 비교했을 경우는 연속사용시간이 50% 가량 길어지고 중량은 5g 정도 가벼워진다.
사실 지금까지는 리튬이온전지를 단4 크기의 원통형으로 만드는 게 무의미한 일로 인식돼 왔다. 전지 지름이 10㎜ 정도로 작아지면 전지소자와 전지용기 사이에 생기게 되는 간극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져 그 결과로 체적 효율이 떨어져 니켈수소전지를 능가하는 고용량의 이점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 이론이 그동안 정설로 받아들여져 개발 및 상품화 움직임이 전무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개발은 아주 단순한 데서 비롯되고 있다. 즉 전지소자와 전기용기 사이의 간극을 줄이려는 발상에 의해 가능하게 됐다.
일반적으로 전지 제조공정은 플러스와 마이너스 전극을 지닌 띠 모양(帶狀)의 전지소자를 감아 관(管) 속에 넣고, 유기물 전해액에 넣어 봉인하는 순서로 이루어진다. 단4형 리튬이온전지도 여기까지는 공정이 같다.
다만 차이는 관을 조여 밀착시키는 전용 기기 즉 「스웨이져(SWAGER)」를 개발해 사용한 점이다. 구체적으로는 관에 전지소자를 삽입하고 스웨이져로 서로를 밀착시켜 전지 내부의 간극을 없애 에너지용량을 높인다.
하이발과 볼텍은 이 스웨이져의 개발로 지금까지 누구도 실현할 수 없었던 원통 모양의 소형 리튬이온전지의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이번 제조기술에 직접 관계되는 특허는 5건이며, 현재 일본과 싱가포르를 비롯해 한국,대만,말레이시아,중국 등에 출원 중이다. 기술공여 권리는 일본 국내에서는 하이발이, 해외에서는 볼텍이 각각 갖고 있다.
한편 하이발은 단4형 리튬이온전지의 보급확대를 위해 이토추상사와 총대리점계약을 체결하고 공동으로 전지 제조업체에 제조기술 및 스웨이져를 공여해 나갈 방침이다.
현재 직경 10㎜의 원통형 전지로는 니켈수소전지가 월 2천만개 이상 휴대전화기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하이발은 이 중 절반인 1천만개는 단4형 리튬이온전지로 대체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신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