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주력시장으로 여겼던 교실망이 예상외로 시장규모가 작아지고 구축시기도 지연됨에 따라 열기가 시들어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여파로 올해 매출부진을 면치 못했던 네트워크업체들은 올 하반기 교실망시장을 주요 타깃으로 공략할 계획이었으나 정부의 예산삭감과 집행 지연으로 구축시기가 늦춰짐에 따라 일부 업체는 시장공략을 사실상 포기하는 등 교실망시장의 열기가 서서히 가라앉고 있다.
교실망시장을 거의 포기하다시피하는 업체가 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시장규모 축소가 주요인이다. 올해 최소 2천억원 이상의 규모로 예상했던 교실망시장이 정부의 50% 예산삭감으로 1천억원 수준으로 축소된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학교당 구축비용이 1천만원 안팎으로 정해진 예산 내에서 장비를 공급해야 하는 어려움도 따른다. 교실망을 담당하는 일선 교사들은 일정 수준의 성능을 가진 장비를 요구하고 네트워크업체들로서는 교사들의 요구를 묵과할 수 없는 입장이어서 채산성 확보에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또 대부분 네트워크업체들이 교실망에 지나치게 의존해 경쟁업체수가 크게 늘어난 것도 교실망 구축사업을 포기하게 하는 주요 원인이다. 경쟁업체수가 늘어남에 따라 업체간 과당경쟁으로 치열한 가격인하 양상을 보여 심지어 70% 이상의 세일품목(?)이 등장하는 등 출혈양상으로까지 치닫고 있는 것도 업체들의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교실망시장 공략을 포기한 일부 업체들은 하반기 기업들의 워크아웃이 끝나는 대로 다소 수요가 기대되는 기업시장을 집중적으로 노리는가 하면 현재 진행중인 공공 프로젝트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태다.
비동기전송모드(ATM) 백본 등 대형 네트워크 장비가 주력사업인 Z사의 경우 더 이상 교실망에서 수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 올해 교실망 구축 수주를 사실상 포기했다. 이 회사는 대신에 기간통신사업자와 대학을 대상으로 한 캠퍼스망을 집중 공략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네트워크 벤더인 C사 역시 이달부터 본격화되는 교실망시장을 주시장으로 영업력을 집중시킬 계획이었으나 시장규모 축소와 과당경쟁으로 채산성이 맞지 않아 교실망사업을 포기한 상태다. 이 회사 역시 올해 사업을 기존 고객관리에 집중하는 한편 앞으로 교실망이 ATM으로 확장될 것을 대비해 영업기반을 마련하는 데 총력을 경주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네트워크 불황의 유일한 숨통인 줄 알았던 교실망시장이 축소와 과열양상을 보이면서 업체들에 매력을 잃은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교실망은 올해를 시작으로 이후에도 지속될 사업인 만큼 장기적인 안목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경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