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선호출산업 회생 방안

 무선호출산업이 총체적 위기에 빠진 채 좀처럼 되살아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면서 신규 시장 진입에 사운을 걸었던 여타 통신산업과 마찬가지로 무선호출산업 역시 경쟁체제 도입 수년만에 서비스와 단말기 모두 빈사상태에 이르렀다.

 실제로 정보통신부가 발표한 각종 통계수치를 보면 우리나라 무선호출산업의 현주소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올해 상반기 무선호출 총가입자 수는 1천3백10만명이다. 1천5백20만명에 이르던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2백만명 이상이 줄어들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무선호출 가입자의 감소세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올해 들어서는 지속적으로 그 폭이 확대되는 구조적인 문제로 고착됐다는 점이다. 지난해의 경우 상반기에는 2백24만명이 해지했지만 3백15만여명이 신규 가입, 전체적으로는 91만명이 증가했다. 하반기 역시 2백90만명이 서비스를 포기했지만 4백50만명이 새로 신청, 1백60만명의 순증가세를 기록했다.

 그러나 올 상반기에는 무려 4백67만명이 해지했고 신규 가입은 2백25만명에 그쳐 전체적으로는 2백42만명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올 6월 한달간 증감률을 보면 새롭게 무선호출을 사용하겠다고 신청한 사람은 45만명에 불과했지만 해지자는 그 두 배가 넘는 90만명 수준으로 밝혀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연내에 1천만명이라는 마지노선마저 무너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고 있다.

 무선호출 서비스의 위축은 당연히 단말기 생산업체의 경영압박으로 이어져 이제는 산업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까지 삐삐 호황으로 단숨에 벤처기업 신화를 이룩했던 단말기업체들은 이제 기업존립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 떨어졌다. 이 때문에 발빠른 일부 기업은 개인휴대통신(PCS) 단말기 생산업체로 업종 자체를 바꿔 이제는 삐삐업체라기보다는 이동전화 단말기업체로 행세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일부 서비스 사업자들은 시장퇴출이 불가피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리고 몇몇 사업자는 워크아웃 대상업체로 지정되기도 했다. 벌써부터 단말기업체의 과당경쟁이 우려되고 있는데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무선호출산업의 공멸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는 형편이다.

 우리는 무선호출산업을 반드시 회생시켜야 한다. 이미 1천만명이 넘는 국민이 일상생활에서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우리 생활 속에 정착됐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정통부와 관련업계가 회생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소식은 반가운 일이다.

 무선호출 회생을 위해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업체 나름의 뼈를 깎는 구조조정 노력과 경영목표의 전환이다. 무선호출의 구조조정은 최근 이를 단행한 미국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미국 업체들은 가입자 증가에 초점을 맞췄던 기존 모든 경영정책을 수익증대와 현금유동성 확보 쪽으로 전환했다. 이들은 또 고객관리나 과금 등 지원부서의 과감한 아웃소싱을 추진했다. 우량 사업자가 일부 경쟁력 없는 업체와 사업부문에 대한 대대적인 인수합병을 단행한 것은 여타 부문과 마찬가지로 기본에 속한다.

 국내 무선호출산업은 이같은 구조조정과 더불어 해지자 방지 및 가입자 증가를 겨냥한 요금제도와 서비스 고도화도 함께 추구해야 한다. 해지이유 중 가장 큰 것이 이동전화 구입에 따른 경제적 부담이라는 점을 고려하라는 것이다. 7천원 수준인 현재의 기본료가 어찌보면 값싸다고 할 수 있지만 사용자들은 이의 인하를 원하고 있다. 기본료를 3천∼4천원 수준으로 대폭 경감하고 사용빈도에 따라 요금이 부과되는 종량제 실시에 대한 목소리가 높은 것에 유념해야 한다. 업체들로서는 당장의 수입감소가 우려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산업회생의 단초가 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정부와 업계가 추진하는 단말기의 정보 단말기화 작업도 좀더 서둘러야 한다. 양방향 삐삐가 출시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미적거려서는 안된다. 가입자들을 유인할 수 있는 요금제도 개편과 단말기 및 서비스 고도화에 기업 자체 구조조정이 맞물릴 경우 무선호출산업에도 서광이 비칠 것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