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53주년, 정부수립 50주년을 맞아 김대중 대통령은 경축사를 통해 제2의 건국을 주창했다. 지난 50년을 회고하며 다가오는 21세기를 내다보는 제2의 건국이라는 점에서 볼 때 김 대통령이 밝힌 국민의 정부 국정운영의 6대 과제, 즉 참여민주주의, 시장경제, 보편적 세계주의, 지식기반 국가, 신노사문화, 남북간 교류협력 가운데 장기적인 비전에 해당하는 것은 지식기반 국가의 건설이다. 그리고 이것이 이번 경축사의 기본주제로 판단된다. 경축사 전반부에서 다음과 같이 역설된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우리는 고급능력을 갖춘 인적자원을 크게 육성해야 합니다. 우리의 미래는 국민 개개인의 창조적 실천능력을 배양하는 데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교육혁명·정보혁명·첨단기술혁명·벤처기업혁명, 그리고 문화산업을 이끌어 갈 인재양성이 우리의 국운을 좌우할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국제적 경쟁력을 세계최고의 수준으로 높이는 것이 제2의 건국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그리고 세번째 국정운영과제인 지식기반 국가건설의 설명에서는 『교육과 문화의 창달을 통한 지식기반 국가의 건설이 제2건국의 이상인 것입니다』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여기서 지식이라 함은 지식기반 경제라는 어휘에 나오는 지식의 의미를 그대로 전승한 것으로 경제성장의 한 핵심요소로서 지식의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지식의 총체는 지식이 기호화한 정보보다 더 포괄적이어서 암묵적 지식까지를 포함한다. 정보라는 의미가 생활 속에 구체화하면서 지금까지 자주 사용해오던 정보사회보다 더 상위의 미래지향적인 말로 지식기반 사회가 등장한 것이다. 그리고 이 지식의 내용은 실제적으론 Know-What, Know-Why, Know-How, Know-Who의 4가지로 구분된다는 것도 눈여겨 볼 사항이다.
오늘의 IMF사태도 따지고 보면 좁게는 한국제품의, 넓게는 한국인의 국제경쟁력이 뒤떨어져서 생긴 일이라, 이 국난을 극복하는 것은 국제경쟁력을 키우는 데 달려 있다. 국제경쟁력이 세계수준이 되려면 선진국과의 지식격차를 줄여야 하는데 이는 우선 과학기술력의 격차를 줄이는 것임은 누구나 인지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의 경제발전은 기술격차를 줄인 데서 온 것이고 일본은 선진국 수준으로 기술을 활용했으나 지식경쟁력에서 뒤지고 있기 때문에 한계에 부딪히게 됐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현재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나서 성장의 엔진을 움직이려면 앞으로는 일본을 벤치마킹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제2의 건국에서 지식기반 국가를 이상으로 설정한 것은 지혜로운 일이다.
지식기반 사회에서 기업이 할 일, 정부가 할 일, 과학기술계가 할 일 등은 각계에 걸쳐 최근 많이 연구, 강조되고 있어 다행이다. 그러나 한 가지 더욱 강조하고 싶은 것은 지식기반 국가의 밑바탕이 되는 것은 국민 각자의 마음가짐이라는 사실이다. 지식은 선을 위해서도 쓰여지고 또 악을 위해서도 사용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식의 기반이 정의에 있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고 지식은 인간의 숙련도보다 더 빠르게 발전하기 때문에 계속 새로운 것을 공부하지 않으면 지식인이 될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는 언제나 바르게 살며 또 계속 공부하는 국민이 돼야 한다.
과학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그래서 옳은 것이다. 과학은 합리성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사람의 생각이 합리적이지 못하면 사회가 불합리하게 되어 온갖 부정이 발생하게 되고 그 속에서 사람들은 올바른 가치가 무엇인지를 잊게 된다. 목소리가 크면 들어주게 되고 옳은 주장은 묵살된다. 감언이설은 그럴 듯하게 보이고 진실된 고언은 싫어진다. 전문가가 필요없게 되고 거짓 선지자가 존경을 받는다. 그늘과 냄새나는 것만을 들춰 판단의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본체를 잊고 죽이게도 된다. 이 모든 것을 고치는 길은 전국민의 과학화다. 과학은 정직하고 투명하고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지식기반 국가건설의 밑바탕은 과학이 존중되고 전문가를 존경하는 것이며 제2건국의 이상인 지식기반 국가건설의 첫걸음은 과학기술 예산이 나라살림이 어려울 때일수록 우선되는 것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박원훈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