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이동전화 중계기 점용료 마찰 "2라운드"

 지하철 관계기관과 이동전화사업자들 사이에 일고 있는 점용료 마찰이 이동전화 통화품질에까지 불똥이 튀었다.

 양측의 점용료 협상 미타결로 지하철측이 중계기를 비롯, 각종 시설에의 접근을 금지시키며 전면전을 선포함에 따라 일부 지하철 구간의 통화불통 사태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동전화사업자들은 지하철측이 시설물에의 접근금지는 물론 기존 설치장비의 전면 철수까지 요구하고 있어 기지국 및 중계기의 유지보수가 불가능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SK텔레콤의 경우 10여개 지하철 구간에서 통화불통 및 시설 추가설치가 불가능한 상태며 PCS사업자들은 전체 중 15% 가량의 전파불량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계기 고장으로 인한 일부 지하철 구간에서의 통화불통에도 사업자들로서는 별다른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고객들의 불만과 항의가 계속돼도 시원한 답변조차 못한다며 사업자들은 지하철측의 무모함을 비난하고 있다.

 지하철측이 이처럼 시설접근 금지를 처음 선포한 것은 지난 7월20일경. 7월15일 이동전화사업자들이 서울지하철공사측의 과다 점용료 산정을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한 후 약 5일 뒤의 일이다. 게다가 8월 들어 지하철 5∼8호선을 담당하는 도시철도공사측으로부터 점용료 인상 및 지불 요구가 제기된 후 사태는 더욱 악화일로로 치닫게 됐다. 도시철도측이 지난 8월 18일과 20일 PCS사업자들과 휴대폰사업자들에게 지하철 시설 접근금지는 물론 철거까지 요구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온 것이다.

 PCS사업자들은 하루 빨리 지하철 점용료를 산정, 지불할 것이며 휴대폰사업자들도 연간 6억원의 시설이용료를 16억원으로 인상, 집행하라는 것이 도시철도공사측 요구였다.

 도시철도측은 지하철 5∼8호선의 경우 1∼4호선보다 점용료가 낮게 책정돼 있는데다 PCS사업자들이 지난해 공사가 완료된 후 지금까지도 대금지급을 이행하지 않고 있어 이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동안 수차례 대금지불과 협상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결국 시설 접근금지와 철거까지 요구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동전화사업자들은 공정거래위의 판정에 따라 적정 시설사용료를 지불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상태에서도 이같은 조치가 취해졌다며 황당해하고 있다. 공공시설과 시민들의 통화권을 볼모로 요구사항을 관철시키려 하는 지하철측의 행동이 무모함을 넘어 도덕적으로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PCS업계의 한 관계자는 『문제가 발생한 일부 중계기들에 대해서는 담당자들의 감정에 호소하며 비공식적으로 유지보수를 진행해오는 상태』라며 『이같은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답답하기 그지 없다』고 말했다. 관계기관의 이같은 무모함 때문에 실무 담당자들조차 통화불통을 겪는 피해자가 되는 등 현재의 진행상태가 결코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SK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지하철측의 무모함도 문제지만 두달이 다 되도록 이렇다 할 판정도 내리지 않는 공정위에도 잘못이 있다』며 신속한 판정을 촉구했다.

 양측 모두 타협과 협상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공정위의 신속한 판정은 무모한 소모전에 대한 예방책일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얽히고 설킨 논쟁과 협상 속에서 1천1백만 이동전화 가입자들은 엄청난 시설투자비에도 시원한 지하철 통화를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 무모한 자원낭비와 소모전은 빨리 끝날수록 득이 될 듯하다.

 한편 점용료 협상과 관련, 지하철측은 이동전화사업자 각사별로 44억원을 요구하는 반면 사업자들은 회계법인의 산정결과 연간 4천만원이 적정하다고 맞서고 있다.

<김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