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13)

 두 사내는 키득거리고 웃었고, 여자는 아이아이 하면서 투정을 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들의 소리를 등뒤로 하고 상가 쪽으로 향했다. 가게는 그곳에서 이백여 미터 떨어진 곳에 있었다. 안개는 점차 걷히고 있었으나, 아직 해는 보이지 않았다.

 두 병의 소주를 사들고 컨테이너 박스로 돌아왔을 때 또다른 사내 한 명이 합석을 하고 있었다. 그는 키가 호리호리한 중장비 운전기사였는데, 특이한 복장을 하고 있었다. 검은 가죽잠바에 검은 안경을 쓰고 검은 가죽장갑을 끼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온통 검게 보였다.

 『윤 기사는 술을 마시면 안되는데. 전에도 술에 취해서 포크레인을 바다 속에 처박았지 않았어.』

 홍 십장이 술잔을 권하면서 말했다.

 『그러면서 술을 주는 것은 뭡니까? 병주고 약주는 거요?』

 『조금만 마셔.』

 그들은 소주잔을 추켜들고 부딪쳤다. 나는 난로 옆에 서서 불을 쪼였고, 김양은 쇠꼬챙이로 난로 안을 쑤셔댔다. 불이 잘 붙고 있는데도 난로 안을 계속 쑤셨기 때문에 내가 말했다.

 『아가씨, 불이 잘 붙었는데요.』

 여자는 놀란 사람처럼 멈칫하더니 나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자신의 비밀이 탄로난 사람처럼 당혹스러워하였다. 그러나 잠시 멈추고 있다가 다시 쇠꼬챙이를 이리저리 쑤셔댔다. 나는 도저히 참지 못하고 그녀의 손에서 그것을 빼앗으려고 했다. 여자는 쇠꼬챙이를 놓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포기하고 난로에서 한 발 물러섰다.

 공사가 시작되는 시간이 다가오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더러는 일찍 와서 깊게 파놓은 구덩이 옆에 모닥불을 피우고 불을 쪼이기도 하였고, 더러는 담벽 옆에 앉아서 안개를 헤치고 막 비치고 있는 햇살을 받고 있었다. 목공과 중장비 운전기사, 트럭을 비롯한 일반차량 운전기사, 더러는 기계를 만지는 기술자들도 있었고, 측량기사의 모습도 보였다. 기술자보다 훨씬 많은 수의 일반노동자들이 모여들었다.

 그들은 제각기 맡은 일이 있는지 이곳저곳 현장에 분산하였다.

 홍 십장과 박 감독, 그리고 중장비 기사 윤은 시간이 되어서야 일어났다. 그들이 일어설 때까지 김양의 애인으로부터는 전화가 걸려오지 않았다. 나는 홍 십장을 따라 컨테이너 박스 밖으로 나갔다. 그는 나를 데리고 해변에 있는 수로현장 쪽으로 갔다. 그는 공사장 옆에 있는 상자 속에서 흰 면장갑 한 짝과 곡괭이를 꺼내 주면서 지시했다.

 『당신은 이 수로 옆의 흙을 잘 깎아내려요. 무슨 말인지 알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