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접수 마감한 정보대국 기반구축을 위한 시범사업 신청결과는 민간사업자들이 추구하고 있는 통신사업 방향이 무엇인가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당초 정보통신부는 5∼6개 정도의 기업만 참여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신청결과는 네트워크사업자·정보제공업체(IP)군·장비업체군 등을 포함, 22개 업체나 신청하는 폭발적 관심으로 마감됐다.
전문가나 사업신청자들은 이같은 참여 열기에 대해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멀티미디어사업과 초고속망사업이 이제 구체성을 띠기 시작하는 단계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정보통신산업의 기술변화가 단순한 음성전송을 뛰어넘어 고속데이터전송·비디오전송이 가능한 기술로 진입하고 있고 정보통신산업의 조류가 장비생산이나 단순음성 및 데이터서비스 제공시대에서 고속데이터 및 비디오 전송을 발판으로 한 멀티미디어서비스시대로 전환되고 있는 데 힘입은 것이라는 것이다.
이번에 사업을 신청한 민간기업의 한 관계자는 『사업자 측면에서 볼 때 정보대국 기반구축을 위한 시범사업자 모집은 사실상 미래의 기간통신사업자 선정이나 마찬가지였다』고 그 의미를 부각시키고 있다.
과거에는 음성을 통한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가 기간통신이었고 이를 부가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부가통신이었으나 『멀티미디어 상품이 등장하고 광대역망이 출현하는 시점에서는 멀티미디어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사실상 기간통신 아니냐』며 반문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시범사업자들을 어떻게 개념지을 것인가와 정부가 이의 활성화를 위해 어떠한 역할을 할 것인가에 있다. 정부 일각에서는 광대역 네트워크를 발판으로 한 부가가치통신망(VAN)사업자, 통칭 IP/CP사업자로 인식하기도 하나 민간 베이스에서는 시범사업자의 역할수행과 기능적 측면을 고려해볼 때 플랫폼(Platform) 사업자 개념을 적용해야만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네트워크 고속화를 제외한다면 장비보급, 가입자관리 및 과수금서비스를 제공하고 각종 IP/CP의 종합관리, 전체 상품력의 경쟁력 제고를 종합적으로 체계화한다는 개념에서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IP/CP·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네트워크사업자 등 각 사업부문의 전략적 제휴를 바탕으로 출범하는 이같은 플랫폼사업자에 대해 현행 법령에 준거해 그 개념 및 지위 설정을 시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분석을 민간 일각에서는 제기하고 있다.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민간 베이스는 『정부의 역할을 규제보다는 각 정부 부처를 일체화한 총괄지원 및 보조개념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시범사업의 핵심축인 광대역 네트워크의 풀가동과 서비스 상품인 IP/CP부문에서는 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정보통신부는 시범사업을 추진하면서 공중전화망(PSTN)을 중심으로 한 비대칭 디지털 가입자회선(ADSL)망과 케이블TV망을 정보화 선도사업 추진과 관련한 가능한 대안으로 제시했으나 민간 베이스는 이에 위성망·지역간 다채널 분배서비스(LMDS)망·다채널 다지점 분배서비스(MMDS)망·광대역 무선가입자(B-WLL)망·중계유선망 등을 또 다른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민간 베이스들이 활용하고자 하는 다양한 광대역망을 신기술 개발과 함께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뒷받침하지 못한다면 그 의미는 반감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또한 IP/CP 등에 대해서는 벤처기업들의 참여를 촉발시킬 수 있는 계기와 자금지원을 추진해야 하고 특히 IP/CP들이 개발한 상품과 서비스 내용에 대해 정부 또는 대기업들이 유통경로를 마련해줘야만 할 것으로 보인다.
벤처기업이 개발한 멀티미디어 상품이 단발성에 그친다면 추가투자에 장애가 발생할 것이며 이 사업의 궁극적인 목표에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규제가 아닌 범정부 차원의 역할정립 및 지원이 시급한 상황이라는 민간업체의 지적을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
<조시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