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C정보통신 지영천 사장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는 나라 곳곳에 많은 어려움을 몰고왔다. 담뱃갑 반 크기의 초소형 핸즈프리 전화기 「마이폰」으로 창업 2년여 만에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YTC정보통신 지영천 사장(39) 또한 여기에서 예외일 수는 없었다. 교단선진화 시스템사업에 몰입하던 그에게 IMF는 새로운 결단을 요구했고 이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IMF가 오면서 교단선진화 시스템사업도 불투명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무언가 새로운 아이템을 찾아야 했는데 처음에는 마땅히 떠오르지가 않았습니다. 누구나 힘들었겠지만 저 역시 무척 고민되더군요.』
신규 아이템을 찾기 위해 부단히 고민하던 그에게 어느날 반짝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장시간 컴퓨터 작업을 하는 직원들이 한손으로 전화기를 잡고 다른 한손으로 인터넷 검색을 하는 모습이 무척 부자연스럽게 다가온 것이다.
핸즈프리 전화기를 만들면 작업과 전화통화를 병행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그의 머리를 스쳤다.
『시험적으로 담뱃갑 크기의 핸즈프리 전화기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요긴하기도 했지만 성공할 수 있겠다는 예감이 들더군요. 문제는 크기였습니다.』
지 사장은 서둘러 시장조사작업에 착수했다. 시장에는 이미 담뱃갑 크기의 소형 핸즈프리 전화기가 판매되고 있었고 수입제품도 상당수 있었다. 초소형의 획기적인 디자인이 아니라면 이미 시장에서의 승부는 요원한 상태였다.
크기와 무게를 줄이기 위해 그가 착수한 작업은 다층구조 PCB의 개발이었다.
무선호출기에는 이미 양면 PCB가 적용되고 있었지만 그 당시까지 전화기에 활용된 사례는 없었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양면 PCB의 개발이 완료됐고 이 기술은 지금 국내는 물론 미국·일본·중국·대만에 특허출원중이다.
『마이폰은 지난 6월에 출시된 지 두달 만에 7만대 이상 판매됐습니다. 일본 후지쯔사와는 25만달러의 수출계약이 체결된 상태이고 현재 미국·독일의 유수업체들과도 수출상담을 진행중입니다. 이달 중 미 FCC의 형식승인이 나면 미국시장도 적극 공략할 생각입니다.』
공급량이 주문량에 못미칠 만큼 마이폰이 큰 인기를 얻고 있어 지 사장은 요즘 말 그대로 살맛이 난다.
지 사장은 연말까지 40억원의 내수매출과 1천만달러(1백40억원)의 수출을 기대하고 있다. 오는 2000년에는 코스닥에도 등록할 계획이다.
『집안 4대째 쌀 도정공장을 경영해오고 있습니다. 가업인 만큼 저도 한때 그 일을 했지요. 몇년 전 컴퓨터통신을 접한 것이 계기가 돼 이쪽으로 진로를 바꿨습니다.』
약대를 졸업하고 약국 경영과 도정업, 포장기계 제조업 등 여러 분야의 사업을 두루 경험했지만 그는 지금만큼 신났던 적이 없었다고 한다.
앞으로 선보일 제품은 영상카드 등 다양한 아이디어 통신기기와 기계류. 마이폰의 성공은 그에게 있어 시작일 뿐이다. 지영천 사장에게 IMF는 위기이기도 했지만 분명 새로운 도약의 기회였던 셈이다.
〈김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