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정보인프라 보호

 현재 세계 각국은 21세기의 선진사회를 지향한 정보기반구조의 구축에 많은 노력과 투자를 하고 있다. 정보기반구조(Information Infrastructure)란 정보사회를 뒷받침하는 정보통신 시스템 중심의 기반구조를 의미한다. 예를 들면 2010년도에 완성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초고속 정보통신망이나 행정·금융·무역망 등 국가의 주요 기간전산망을 말한다.

 이와 같은 기반 구축을 위하여 미국에서는 정보고속도로를 근간으로 하는 국가정보기반구조(NII)와 국제정보기반구조(GII)를 구축해 왔으며, 제2의 인터넷을 포함한 차세대 인터넷(NGI)을 개발하고 있다. 유럽연합에서도 유럽의 정보기반구조(EII)를 추진하고 있으며, 아시아에서는 아태정보통신기반구조(APII)를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주요 국가별로는 일본의 신사회간접자본계획, 싱가포르의 인텔리전트 아일랜드 구축계획, 중국의 만리장성 2000 등이 그것이다.

 한편 근일에 와서는 정보기반 못지 않게 그 보호문제가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기반구조의 침해로 중요한 시스템이 기능을 상실하게 되면 그와 연계된 모든 업무가 마비됨으로써 사회에 큰 혼란과 피해를 초래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의 심각성은 그 보호 자체가 결코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정보범죄의 수법과 질은 날이 갈수록 지능화·첨단화하고 있으며 인터넷 등 개방된 국제시스템 환경은 보호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시스템의 침해 목적도 정치·경제·군사적으로 다양하며 침해자의 부류도 일반적인 해커 외에 사이버 테러분자·산업스파이·정보전 전사 또는 각국의 첩보기관 등 다양하다. 최근에는 메일폭탄·논리폭탄·전자파폭탄 등 특정 시스템의 기능마비만을 노리는 새로운 공격기법까지 등장하고 있다.

 군사적인 한 예로는 91년에 일어났던 걸프전의 일화를 들 수 있다. 당시 이라크의 중앙방공통제시스템에 바이러스를 침투시켜 개전 초에 전 방공망을 무력화시켰던 일이며, 토마호크 유도탄에 전자파 폭탄을 탑재해 각종 시스템의 기능을 마비시켰던 일 등은 유명한 일화다. 그 후 해킹기술이나 바이러스까지도 군사무기화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게 되어 오늘날에는 새로운 정보전의 개념 즉 사이버전(Cyber Warfare)이 등장하고 있다.

 미 의회 조사국의 발표에 의하면 현재 세계에는 컴퓨터 기술을 공격무기화할 수 있는 국가가 1백20여개국에 달하며 그 중에서도 10개국이 특히 위협이 되고 있다고 한다. 그 예로 중국은 이미 컴퓨터 바이러스 부대를 창설하였으며 유럽의 여러 나라들도 사이버 특수부대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은 이에 따라 지난 96년 7월에 대통령 직속으로 국가중요기반구조위원회(PCCIP)를 설치하고 사이버 위협에 대응해 나가고 있다. 이 위원회에서는 국가의 중요 기반구조를 정보통신·전력·수자원통제·오일가스·금융·교통·비상서비스 및 정부의 대국민 봉사시스템 등 8가지로 선정하고 작년 10월에 1차 연구결과를 클린턴 대통령에게 보고한 바 있다.

 보고서의 요지는 첫째 국가 차원의 대응과 국민교육이 필요하고, 둘째 정부와 민간의 공동 책임 하에 보호대책이 추진되어야 하며, 셋째 법령·연구개발계획 및 국가 대응체계의 정비가 필요하다는 것 등이다. 미 행정부는 지난 5월 클린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PDD-62, PDD-63을 제정, 공포했으며, 유럽연합과 OECD에서도 각각 정보기반구조의 보호대책을 추진중에 있다.

 우리는 이와 같은 국제동향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그러나 정보기반구조의 보호란 결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시간을 갖고 철저한 대응책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부분적으로나마 금융전산망의 마비로 인한 혼란을 체험했고 통신구의 화재로 인한 업무마비도 경험했다. 그것만으로도 유사시의 대혼란과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족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전자정부의 구현계획에도 마땅히 기반구조의 보호임무가 반영되어야 한다. 외국에서는 CIO에게 그 임무를 부여하여 CIAO 임무까지 부여하고 있다. 선진화된 국가의 장래를 위하여 정보기반구조의 보호만은 적어도 소 잃기 전에 외양간을 고치는 선행적 슬기가 발휘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동국대 국제정보대학원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