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22)

 나는 수돗가에서 세수를 하고 손발을 닦았다. 어머니가 부엌으로 나와 밥상을 차렸다. 나에게 주려고 준비해 놓은 국이 식어서 다시 군불을 피워 그것을 데웠다. 나는 부엌에 있는 어머니에게 가서 말했다.

 『그냥 대충 주세요. 데우지 않아도 됩니다.』

 『방에 들어가 있어. 가지고 들어갈 테니까.』

 전 같으면 그냥 들어가 밥상을 받았고, 그것이 당연한 것 같이 생각했지만, 나이가 한두 살 더 먹은 탓인지, 아니면 공사판부터 시작되는 사회생활이지만, 사회인이 되면서는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어머니가 차린 밥상을 내가 들고 들어가든지 그 부엌에서 먹기로 하고 기다렸다. 어머니는 들어가라고 재촉했지만 나는 그대로 서 있었다. 그리고 부엌 바닥에 밥상을 놓고 빗자루를 깔고 앉아 밥을 먹었다. 시장해서인지 밥그릇을 단숨에 비웠다.

 공사 일을 한 달 정도 마치고 나는 이제 서울로 올라갈 채비를 하였다. 마지막 일을 마치던 날 저녁에 나는 일당을 타고 그 공사장을 떠나려다가 나를 채용해서 일을 시킨 홍 십장에게 인사를 하려고 찾아보았다. 그가 부둣가의 선술집에 가 있다는 말을 듣고 그를 찾아갔다. 그가 있는 방문을 열자 그는 다른 두 명의 남자와 함께 술을 마시고 있었고, 여자들이 남자 옆에 바싹 붙어 앉아 있었다. 소위 말하는 부둣가의 작부들이었다. 그녀들은 퍼머한 머리카락이 흩어지고 화장을 짙게 한 것이 언제가 숲속에서 보았던 형의 애인과 흡사했다.

 『자네 여긴 뭐하러 왔나?』

 홍 십장은 이미 취해서 코끝이 붉어 있었다.

 『오늘로서 일을 마칠까 합니다. 그 동안 고마웠다는 인사를 드리려고 찾아뵈었습니다.』

 『오늘 날짜로 그만둔다고? 그럼 내일부터 안 나오면 되잖아. 자식, 바쁜데 뭐 그런 일로 찾아다닌다냐.』

 안에 있던 여자들이 웃었다. 그중에 한 여자가 말했다.

 『어머, 참 착하고 잘 생겼네. 총각도 이리 들어와 앉아요.』

 『그래 한 잔 할 생각 있으면 이리 들어와 앉아.』

 홍 십장이 들어오라고 했다. 그러나 나는 사양했다. 그러자 그의 옆에 앉아 있던 여자가 눈을 찡긋하고 말했다.

 『그러지 말고, 총각 들어와 내 옆에 앉아. 내가 그거 만져줄께.』

 안에 있던 여자와 남자들이 배를 잡고 웃었다. 그 말을 한 여자는 자신의 말이 일동을 웃겼다는 만족감에 흐뭇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