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퇴출당한 대동·동남·동화·경기·충청 은행의 금융자동화기기 상당수를 인수은행들이 최근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함에 따라 이들 장비의 처리방안이 골칫거리로 대두하고 있다.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주택·신한·한미·하나 등 5개 인수은행 대부분은 지난달말 퇴출은행의 자산에 대한 구체적인 인수조건을 확정짓고 전체 인수대상 금융자동화기기 가운데 3분의 2 가량을 인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는 현재 인수은행들조차도 지점을 대거 폐쇄하는 추세인데다 남아도는 금융자동화기기에 대한 보관비용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총 1천5백여대에 달하는 퇴출은행의 현금지급기(CD)·금전자동출납기(ATM) 중 1천대 정도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은 총 2백70여대에 이르는 기존 대동은행의 CD·ATM 전부를 인수하지 않을 계획이다. 동남은행을 인수한 주택은행의 경우 총 3백대 가량의 퇴출은행 CD·ATM 가운데 비교적 상태가 양호한 CD 65대만을 들여온다는 계획이다.
신한은행도 당초 동화은행 점포 가운데 20개만을 존속시키기로 결정하고 총 3백대의 CD·ATM 중 이에 해당하는 물량만을 인수할 예정이다.
이에 비해 5대 인수은행 가운데 경기·충청 은행을 인수한 한미·하나 은행은 각각 2백50대와 2백30대의 CD·ATM을 받아들일 예정이어서 여타 인수은행들에 비해 다소 많은 71% 정도를 인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상당량의 자동화기기가 남아돌고 앞으로도 점포폐쇄 등에 따른 자동화기기의 퇴출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자 이들 잉여장비 처리문제는 전체 은행권 차원에서 골칫거리로 대두하고 있다.
특히 올들어 극심한 매출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장비 공급업체들로서도 판매하지 못한 재고물량이 쌓여 있는 상황이어서 중고 금융자동화기기의 인수 및 재판매는 아예 검토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는 실정이다.
시중은행 전산실 관계자는 『비록 중고라 하더라도 초기 도입비용이 대당 수백만∼1천만원을 넘는 금융자동화기기가 고철로 취급되고 있다』면서 『국가적인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전체 금융권 차원의 처리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서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