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인터넷교환센터 구축 "난항"

 「총론」에는 합의, 「각론」에는 이견.

 국내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들의 망을 하나로 엮어 인터넷 데이터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통합인터넷교환센터(KINX) 구축작업이 사업자간 이견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KINX 설립주체인 한국인터넷연동협의회 회원사들이 데이콤에 KINX를 두자는 안에는 모두 찬성했지만 운영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 마련에 대해서는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KINX가 처음 거론된 것은 지난 8월 한국통신·데이콤을 제외한 현대정보기술·나우콤·아이네트 등 10개 ISP들이 한국인터넷연동협의회를 결성, 인터넷연동센터 구축을 추진하면서부터. 그 이후 사업자간 협의가 꾸준하게 진행됐으며 한달여가 지난 9월 말께는 데이콤이 협의회에 합류, KINX 설립작업이 큰 진전을 보이는 듯했다.

 당시 한국인터넷협의회는 데이콤에 KINX를 두기로 하고 설립·운영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추후 협의를 통해 해결하기로 한다는 내용의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새로 설립되는 KINX는 국내 인터넷 트래픽의 원활한 소통을 가능케 하고 연간 수십억원의 외화를 절약할 수 있게 해 국내 인터넷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같은 장밋빛 청사진의 빛이 바래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합의내용을 발표한 지 보름이 지나도록 구체적인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세부내용에 대한 사업자간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 KINX 설립안이 휴지조각으로 변하거나 계획대로 진행되더라도 절름발이 교환센터로 낙착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해 있다.

 현재 KINX 구축의 가장 큰 걸림돌은 KINX를 자사 네트워크센터에 두기로 한 데이콤과 다른 사업자들이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점. 현대정보기술·나우콤·아이네트 등 한국인터넷연동협의회 회원들의 요구사항에 대해 데이콤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터넷연동협의회의 사업자들은 데이콤에 KINX를 두는 대신 데이콤이 △KINX를 자체 영업에 이용하지 않을 것 △다른 사업자들이 지불하는 회선 연동료에 해당하는 비용을 부담, KINX 사업에 사용할 것 △KINX 운영권을 한국인터넷연동협의회에 넘기고 데이콤의 KINX 설치공간을 회원사들이 항상 출입할 수 있도록 개방할 것 △KINX를 제3의 비영리기관에 이관할 때까지만 데이콤에 둘 것 등 10여개 이상의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 한국인터넷연동협의회 회원사의 한 관계자는 『이것은 데이콤이 회원사 공동 자산인 KINX를 자사의 영업에 이용할 여지를 사전에 방지하자는 것』이라며 『여러 업체들이 비용을 분담, 운영하는 것인만큼 공동의 이익을 낼 수 있는 데만 KINX를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콤측은 이에 대해 『데이콤에 KINX를 두는 조건으로 협의회 구성원들이 제시한 조건은 충분히 받아들일 생각』이라면서도 『그러나 몇몇 조건이 데이콤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사항들』이라며 조건을 완화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인터넷연동협의회는 이번주 중 세부사항을 다시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인터넷사업에 종사하는 기업·개인은 협의회가 업체들의 개별 이익에 좌우되지 않고 국내 인터넷산업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방향으로 원만하게 합의를 도출하기를 바라고 있다. 이것만이 KINX 설립논의가 주도권 싸움으로 비쳐지지 않도록 하는 최선의 길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