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28)

 그는 나를 데리고 사창가로 갔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그때만 하여도 성업중인 미아리였다. 그가 했던 말을 들어보면, 애인과 헤어지고 혼자 찾아가곤 하였을 텐데 굳이 데리고 가는 것은 나의 딱지를 떼려는 의도가 있어 보였다. 그래서 나는 분명한 어조로 못을 박았다.

 『형, 미리 말해 두지만 나는 그 일을 하지 않을 거요. 그냥 같이 갈 뿐이지.』

 『좋아. 그건 네 마음대로 해라. 어떤 곳인지 구경을 시켜주지. 내가 단골로 가는 곳은 오팔팔이지만, 그곳이 아니고 미아리로 가는 것도 너 때문이다.』

 『거기가 어떻게 다른데?』

 『거긴 술을 마시면서 쉬고 있을 장소가 있지. 오팔팔은 대부분 닭장만 있지만, 미아리는 술집을 겸하고 있으니까. 거긴 대가리당 얼마씩 받는데, 좀 비싼 편이지만 너를 위해 한번 선심을 쓰지. 네가 나중에 월급을 받으면 나에게 갚아야 한다.』

 월급이 얼마나 될지는 몰라도 그렇게 윤락가를 찾아다닐 만큼 충분한지 알 수 없었다. 그가 나의 취직자리를 알선해 주어서가 아니라 본래 나는 선배의 말이라면 복종하는 편이었다. 그러나 그 때문에 사창가로 따라갔다는 것은 변명일지 모른다. 실제 나는 그곳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럴 기회가 주어졌다면 벌써 출입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나로서 그럴 만한 기회가 있을 리 없었다. 친구 가운데 더러는 고등학교 신분이면서도 그곳을 출입하고 자랑했지만, 그런 아이는 극히 드물고 항상 말썽을 피우는 품행이 단정치 못한 자들이었다.

 품행이 단정치 못한 자들이 하는 짓을 나 역시 하려고 했다. 그러나 나는 동정을 지킬 것이라고 마음 속으로 다짐하고 그를 따라나섰다.

 동정이라는 것에 가치를 부여해서가 아니라 왠지 탈선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미아리 입구 텍사스촌에서 택시를 내렸을 때 그 독특한 분위기에 나는 얼떨떨하였다. 골목마다 커다란 상점이 있고 그 앞을 가린 유리가 있었는데 그 안에 진열되어 있는 상품처럼 여자들이 앉아 있었다. 여자들은 아주 얇은 잠옷을 입고 될 수 있는 대로 몸을 많이 노출시켜 놓았다. 다리나 팔이 드러나게 하고 의자에 앉아 있었다. 더러는 담배를 피우기도 하고 더러는 껌을 씹으면서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하였다.

 우리가 앞을 지나가자 손짓을 하면서 들어오라고 몸짓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