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출신 공개 운용체계(OS)인 리눅스 열풍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지속적인 성능향상과 강력한 네트워킹 기능, 그리고 무엇보다 소스코드가 무료로 공개된 OS라는 장점이 폭발적인 힘을 발휘하면서 엔터프라이즈 영역을 무대로 급속히 세력을 확장해 가고 있는 것이다. 오라클, 인포믹스, 컴퓨터 어소시에이츠(CA), 넷스케이프 등 굵직굵직한 업체들이 이미 엔터프라이즈 플랫폼으로 리눅스에 대한 지원을 잇따라 표명했고 최근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함께 컴퓨터시장의 양대축을 형성하고 있는 인텔까지 리눅스 업체에 대한 지분참여를 발표, 무게를 실어주었다.
여기에 리눅스를 기본 OS로 채택하는 PC서버업체들도 점차 늘어가는 추세여서 세력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데이터베이스(DB)업체로는 오라클이 「오라클8」과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 제품의 리눅스 버전을 개발할 방침이고 사이베이스도 리눅스용 「어댑티브 서버 엔터프라이즈」 DB의 무료 버전을 공급중이라고 전했다.
인포믹스 소프트웨어 역시 리눅스용 「다이내믹 4 GL」개발툴 패키지를 출하한 데 이어 내년 1·4분기나 이르면 올 연말께는 주력 DB 제품인 「다이내믹 서버 7.3」의 리눅스 버전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다이내믹 4GL」 개발툴 키트가 상용화되면 개발자들은 그래픽 유저인터페이스(GUI)가 강화된 리눅스용 애플리케이션 개발이 가능해지게 된다.
특히 인포믹스는 현재 「유니버설 서버」 옵션을 제외한 자사 제품의 대부분을 리눅스용으로 개발중일 정도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만큼 이 시장에 대한 믿음이 크다는 얘기다.
또한 구체적인 시기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유니버설 서버」도 리눅스 버전 개발 계획을 곧 공식화할 것으로 전해졌다.
PC서버업체들의 관심 또한 그 어느 때보다 고조돼 있다. 대표적 리눅스업체인 레드햇 소프트웨어가 다음달 대칭형 멀티프로세싱(SMP) 지원 기능을 탑재한 「리눅스 5.2」 버전을 발표할 예정이어서 엔터프라이즈 서버 성능이 보다 강력해질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지난 6개월 동안 리눅스 서버의 인증시험을 실시해 온 게이트웨이는 이 시험이 성공적으로 완료됨에 따라 내년부터 자사 대부분의 엔터프라이즈 서버 라인에 리눅스를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IBM·델컴퓨터도 원하는 고객들에게 리눅스를 기본 OS로 제공해 오고 있는데 고객들의 수요가 충분해지면 리눅스 서버를 대량 출하할 것도 검토중이다.
일본업체인 히타치PC사와 도시바 아메리카 인포메이션 시스템스도 앞으로 유닉스 시스템을 채택할 경우 리눅스 버전이 가장 우선순위라고 밝혔고, PC서버 선두업체인 컴팩 컴퓨터와 휴렛패커드(HP) 역시 리눅스 시스템의 공급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레드햇은 이같은 추세대로라면 내년 3월까지 PC서버 상위 10개업체 중 6개 정도가 리눅스 제품을 공급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리눅스의 위상 강화에 무엇보다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 것은 최근 인텔과 넷스케이프가 레드햇에 지분참여키로 한 사실이다.
특히 인텔의 레드햇 투자는 이 회사가 리눅스의 강력한 도전에 위협을 느끼고 있는 MS의 오랜 파트너라는 점에서 금액에 상관없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즉, 인텔이 윈도NT뿐 아니라 리눅스에도 문호를 개방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윈도NT와 리눅스간에 보다 공평한 경쟁환경을 조성하게 된 것이다.
이를 계기로 레드햇은 기술 및 마케팅 인프라를 구축, 리눅스에 대한 고객들의 신뢰를 더욱 확고히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인텔과 넷스케이프의 개발자그룹에도 참여해 제품에 대한 핵심 정보를 신속하게 입수할 수 있는 자격을 갖게 됐다. 특히 인텔과 관련해서는 MS와 대등한 입장에서 다른 업체들보다 먼저 상세한 프로세서 정보를 인텔로부터 받아 초기단계에서 새로운 기술을 제품에 반영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
레드햇의 로버트 영 사장은 『고객의 대다수가 인텔시스템을 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그동안 인텔과의 관계설정이 무엇보다 필요했다』며 『이번 인텔의 지분참여가 자사뿐 아니라 전체 리눅스진영과의 보다 긴밀한 협력을 위해 물꼬를 트는 것』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한편 인텔로서는 레드햇에 대한 투자가 OS시장에서 리눅스의 비중이 무시못할 정도로 커졌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때문에 리눅스 진영과의 협력이 불가피해졌고 리눅스와 기술 결합을 서둘러야 한다는 절박성이 레드햇 투자로 이어진 것이다.
인텔은 레드햇뿐만 아니라 리눅스 공급업체(디스트리뷰터)인 칼데라에 대한 투자도 고려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넷스케이프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레드햇에 대한 투자가 전략적 엔터프라이즈 플랫폼으로서 리눅스에 대한 약속을 확고히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넷스케이프의 창업자이자 부사장인 마크 앤드레센은 지난 1년간 리눅스용 소프트웨어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며 조만간 리눅스 점유율이 모든 유닉스 버전을 합친 것보다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핀란드 헬싱키대의 리누스 토발즈라는 학생이 지난 91년 개발, 공개했던 리눅스의 최대 장점은 소스 코드가 원천적으로 공개되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각기 용도에 적합하게 OS를 마음대로 수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인터넷 붐과 맞물리면서 네트워크를 타고 급속히 확산됐고 또한 지속적인 성능개선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OS 환경의 안정성을 중시하는 기업고객이나 시스템통합(SI) 업체들에게는 역설적으로 리눅스의 이같은 가변성이 수용에 걸림돌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레드햇은 인텔 투자를 계기로 숙련된 마케팅 인력과 엔지니어들을 리눅스 시스템에 본격 투입함으로써 꾸준히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마리를 찾는다.
이제 리눅스의 존재는 MS도 강력한 경쟁상대로 의식할 만큼 커졌고 앞으로도 그 비중은 더욱 커져갈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전망이다.
<구현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