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30)

 배용정은 한 여자를 손짓해서 지목하고는 나에게 말했다.

 『싫어. 나는 형을 따라왔을 뿐이지 그 일은 안 한다니까.』

 『그 참, 되게 재는군. 여기서는 여자가 붙든 안 붙든 한 사람 앞으로 들어가는 돈은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여자를 고르라니까.』

 『형이 골라 줘. 내가 보기에는 다 똑같은데 뭘.』

 『자세히 보면 그렇지 않아. 나이가 든 년이 있고, 영계도 있어. 화장을 짙게 했지만 나이는 못 속이지. 너는 영계보다 나이든 년이 좋겠구나. 그렇지만 네가 고르란 말이야.』

 끝까지 거부하는 것도 유별날 것 같아 그가 시키는 대로 여자들을 훑어보았다. 여자들을 가까이에서 자세히 보니 그의 말처럼 달라 보였다.

 어느 여자는 화장을 짙게 했을 뿐이지 매우 순박하게 보이는 여자도 있었고, 나이가 무척 젊어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녀를 손가락으로 짚었다. 그러면서 내가 이래도 되는 것일까 하는 회의를 했다. 이래도 되는 것일까 하는 마음은 그녀들을 상품으로 생각하는 나의 몸짓이었다. 이미 상품 되기를 자청한 그녀들이기는 하지만, 나의 태도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우리들의 지적을 받은 여자들은 몸을 일으켰다. 우리는 어느 골방으로 들어갔다. 단번에 상이 나왔고, 약간의 안주와 맥주병이 놓여졌다. 기본적으로 맥주 몇 병과 안주, 그리고 여자가 따라 붙는 것이 정해져 있는 것이다. 상이 들어오고 나서 두 여자가 들어왔다.

 『여자들이 뭔가를 보여줄 거야. 이곳의 스케줄을 말하지. 술을 마시면서 쇼를 보고 나서 다른 방으로 잠깐 갔다 오란 말이야.』

 알았다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실제 알아듣지 못했다. 쇼를 보여준다고 해서 나는 TV수상기를 틀어주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 방안에는 TV수상기가 보이지 않았다. 먼저 술잔이 오고갔다. 식사를 하면서 마셨던 소주가 아직 덜 깨었는데 다시 맥주를 마시니 걱정이었다. 술잔이 한 번 돌고 나서 여자가 치마를 훌렁 걷어올렸다. 나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나이든 여자가 사타구니에 계란을 끼워넣으면서 씨익 웃었다. 저 여자가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왜 그렇게 비참해지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나의 옆에 있던 젊은 여자가 역시 치마를 걷어올리고는 그곳을 드러내더니 촛불을 켰다. 그 음부로 바람을 일으켜서 촛불을 끄는 것이었다. 배용정과 그 옆의 여자가 박수를 쳤다. 나에게도 박수를 치라고 하였다. 나는 화가 치밀어서 견딜 수 없었다. 인간의 존엄성을 신뢰했던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인간이 지켜야 할 것은 있다고 믿고 있었던 나에게 충격을 주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