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토롤러, "어필텔레콤 인수" 의미와 파장

 「모토롤러의 어필텔레콤 인수는 국내외 이동통신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모토롤러가 이동통신기기 전문 벤처기업 어필텔레콤을 전격 인수키로 발표함에 따라 향후 양사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초소형 PCS 단말기로 절정의 상종가를 올리고 있는 「잘 나가는」 벤처기업이 세계적인 정보통신 장비사와 전략적 제휴까지 체결, 향후 업계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모토롤러의 이번 어필텔레콤 인수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일단 「창업 4년인 벤처기업의 대규모 외자유치 성공」에 방점을 찍고 있다. 어필이 이번에 모토롤러로부터 유치한 외자규모는 미화 4천5백만달러로 이는 주당 평균가를 10만원으로 환산한 금액이다.

 어필의 내년도 예상 매출액 규모도 약 1조원에 이르는데 이 회사는 모토롤러로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과 자체 브랜드 생산을 통해 연간 3백만대 이상의 이동전화 단말기를 생산, 판매할 방침이다.

 세계적인 명성과 품질을 자부하는 모토롤러가 소규모 벤처기업의 제품력과 개발능력을 십분 인정했으며 이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사례라는 설명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비록 51%의 지분과 1대 주주의 자리를 모토롤러측에 내준 상태지만 어필로서는 최상의 협상을 이끌어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국내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국내경기 침체로 수출 이외에는 다른 대안을 찾기 어려운 현 상황에서 모토롤러와의 제휴는 잘 계산된 전략적 행동이었다는 것이다.

 어필로서는 최고의 상종가를 올릴 때 최상의 자산가치를 인정받은 셈이며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해외 라이선스가 없는 상황에서 모토롤러의 라이선스와 브랜드를 업고 세계적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코자 한다는 분석이다.

 LG텔레콤과도 어필측의 경영권 장악으로 현재와 같은 전략적 제휴관계 유지에는 별 무리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이같은 긍정론 못지않게 부정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광역 무선호출기와 시티폰으로 국내 이동통신기기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국내 핵심 벤처기업이 미국기업의 하청업체로 전락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크다. 팬택과 텔슨전자에 이어 어필텔레콤까지 모토롤러의 우산 속으로 흡수돼 애써 키운 벤처들을 모두 외국기업에 내준 꼴이라는 설명이다.

 어필의 경우 모토롤러를 2대 주주로 흡수하며 경영권을 수호했던 팬택이나 단말기 부문의 OEM 제휴를 체결한 텔슨전자와는 달리 1대 주주를 넘겨준 상태라 이전보다 파장이 크다는 지적이다. 여타의 유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1대 주주의 자리만은 지켰어야 했다는 것이다.

 국내 벤처 3총사를 모두 장악한 모토롤러는 국내시장에서 중요한 한 축을 형성한 것을 필두로 세계시장을 겨냥한 생산 거점화 작업을 강화해나갈 전망이다. 국내 빅3 기업들의 대응과 이로 인한 향후 시장구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