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업자 이동전화기 생산 공방 승부 못가리고 "연장전"

 국내 최대 이동통신사업자인 SK텔레콤(SKT)의 단말기 생산공급을 둘러싸고 격돌했던 SKT와 기존 단말기업체들간 한판 승부는 누구도 완승을 거두지 못한 채 각각 절반의 승리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이번 사태는 SKT가 일본 교세라와 합작, 세원텔레콤을 통해 이동전화 단말기를 생산한다고 발표하면서 표면화됐다. 가뜩이나 공급과잉으로 「좋은 시절을 다 보낸」 기존 단말기업체들에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고, 최대 사업자이면서도 단말기업체에 「끌려 다녔던」 SKT 입장에선 회심의 반격카드를 꺼내든 것이었다.

 기존 단말기업체들은 전자공업진흥회를 통해 SKT의 단말기사업 진출을 막아달라는 대정부 건의에 나서는 한편 급기야는 일간신문에 호소문까지 실었다. SKT의 단말기 생산방침을 철회시켜보려는 유례없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SKT는 현행 법규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사실과 좀 더 값싼 제품을 국민들에게 공급할 수 있다는 명분론으로 버텼다.

 물론 양쪽의 견해는 저마다 논리와 명분을 갖추고 있어 여론 역시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손을 들어주지는 못했다. 사업자가 단말기까지 생산하는 것은 상도의상 다른 나라에서도 있을 수 없고 재벌의 업종 전문화를 외치는 시점에서 오히려 이에 역행한다는 단말기업계의 주장과 그간의 독과점 상황에서 단말기업체들이 수익만 챙겼지 가격인하 등 대국민 서비스는 없었다는 SKT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철저히 장사 속이 숨어 있다. 단말기업계로서는 5백만 가입자를 확보한 SKT가 단말기를 직접 생산, 공급한다면 그만큼 자신들의 지분이 줄어들고 이는 수익성 악화로 연결된다.

 SKT는 가입자만 늘었지 정작 돈은 단말기업계로 들어가 「남의 배만 불려주는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예컨대 사업자들은 단말기를 40만원이 넘는 값에 사들이고 가입자에겐 10만원대에 공급한다. 이 과정에서 차액은 사업자가 보조금이란 명목으로 부담한다. 결국 단말기업체로서는 제값 받고 팔고 사업자는 보조금을 떠안는 꼴이 된다.

 양쪽의 대치는 국정감사 기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들이 SKT의 단말기시장 진입을 따지고 있다. 주무부처인 정통부는 교세라의 세금환급용 기술도입료에는 부정적이지만 SKT의 생산 자체에는 법적인 하자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로서는 SKT의 단말기 생산은 강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아직 생산에 들어가지도 않은 제품 홍보효과도 톡톡히 봤다. 하지만 최대 사업자가 단말기까지 직접 생산, 공급하는 데 대한 상도의적 질타와 견제를 받았다. 이 때문에 향후 생산량 확대를 추진하려면 다시 한번 홍역을 치를 것이라는 사전 경고와 예고도 받은 셈이 됐다.

 단말기업계 역시 SKT의 당초 방침을 철회시키지는 못했지만 적당한 흠집내기와 발목잡기에는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SKT의 자체 제품 생산량을 일정 수준으로 묶어둘 수 있게 됐고 마치 삼성이 자동차산업 진출 때 약속한 것처럼 SKT가 밝힌 기술도입과 내수 대 수출 비율 준수 등에 대해 언제든지 시비를 걸 고리를 걸어두게 됐다.

 양쪽 모두 절반의 승리를 거두었지만 앞으로 단말기업체와 사업자간 시장경쟁이 볼 만하게 됐다.

<이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