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03년까지 총 4천1백59억원이 투입되는 대법원 등기업무 전산화사업이 시스템 개발 및 구축은 물론 운영까지 민간기업에 위탁하는 아웃소싱 방식으로 추진된다는 보도다. 그동안 시스템 개발 및 구축만 외부에 맡기고 운영은 자체적으로 해오던 기존 정부 프로젝트와는 달리 전산운영 모두를 민간기업에게 위탁한다는 내용이다.
정보기술력이 뛰어난 민간기업에 전산업무를 넘겨줘 자체 전산설비나 인력부담을 줄이는 대신 이들 자원을 민원서비스의 질을 높이는데 활용하겠다는 계획이어서 이번 사업은 우선 높이 평가할 만하다. 특히 이 사업은 공공부문 전산화사업에서 진정한 의미의 아웃소싱 첫 모델이란 점에서 매우 큰 의미를 갖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공공부문의 정보시스템은 보안상의 이유로 소프트웨어 개발만 외부에 맡기고 운영은 내부 공무원이 해온 게 사실이다. 일부 전산업무의 경우 행정자치부 정부전산정보관리소(전 총무처 정부전자계산소)에서 정부기관 간의 아웃소싱을 해오긴 했지만 극히 일부이고 대부분은 「자체 업무는 자체적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으로 내부적으로 운영해 왔다.
그러다 보니 각 공공기관별로 관련 인력은 비대해지는 데도 새로운 정보서비스를 추가하거나 변경할 때 기술력 부족으로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게 현실이다.
여기에 공무원들 간의 순환보직제도로 인사이동이 생길 경우 기본적인 관리마저 어려웠던 것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공공기관의 경우 시스템 개발이나 구축보다는 운영만을 주로 하다보니 모든 컴퓨터 인터페이스가 윈도환경으로 전환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아직 도스용 프로그램이나 더미터미널로 공공부문 전산업무를 하는 곳도 적지 않다.
따라서 이제는 공공부문도 민간 못지 않게 좀더 적은 비용으로 질 높은 서비스를 공급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에 직면하게 됐다. 여기에 작은 정부란 절대적 명제와 IMF라는 국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어떤 일은 해야 하고, 어떤 일은 과감히 포기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들이 제기되고 있다. 그래서 정부가 담당해야 할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기능과 민간부문의 창의력과 신속성이 필요한 기능을 명확히 구분, 정부기능을 고도화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 현재 공론화되고 있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 이미 주요 선진국들은 다양한 경영기법을 도입해 정부의 구조를 개편하고 있으며 정보시스템 아웃소싱은 그중 대표적인 수단으로 제시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정부를 구현한 뉴질랜드나 호주·캐나다와 같은 국가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아웃소싱을 통해 정부 전산업무를 외부 기관에 위탁, 국가경쟁력을 강화해온 것은 이제 공공부문 아웃소싱에 첫눈을 뜨는 우리에게는 눈여겨 볼 만한 대목이다. 이들 국가는 나아가 정보시스템 운영에 국한하지 않고 국가보안과 관계없는 일선 행정서비스까지 외부 민간기관에 위탁하고 있는 상황으로 발전하고 있다. 아웃소싱을 통해 급변하는 신기술에 탄력적으로 대처함은 물론 인력과 시설의 효율화를 통해 작지만 강력한 정부를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작은 정부 구현이란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기능 재조정과 경영방법의 획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공공부문의 정보시스템 아웃소싱은 매우 바람직한 대안이라 할 수 있다. 정보시스템 분야의 아웃소싱을 통해 외부의 전문 인력과 시설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국가 예산절감은 물론 대국민 민원 서비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최근 기획예산위원회가 내년부터 대법원의 등기업무 전산화를 비롯 사법업무 전산화, 행자부의 지방행정 전산화 등 정부의 28개 정보시스템을 민간기업에서 운영하도록 아웃소싱을 추진하라고 한 것은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시의적절한 조치라 할 수 있다.
이제 정보시스템 아웃소싱은 대국민 행정서비스의 질을 높이면서 정부기관의 인력부담을 줄여 작고 강력한 정부를 구현하는 새로운 정책수단이란 점에서 관계공무원들은 더욱 넓은 안목으로 이를 주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