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교통카드 호환작업 어디까지 왔나

 서울 버스­지하철간 호환작업이 계속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 당국교통사업 운영주체시스템 공급업체들 사이의 이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특히 교통카드 호환문제를 놓고 벌어지는 이같은 견해차는 호환모듈 도입비용 마련이라는 현실적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는 당분간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을 전망이다.

 ◇현상황=교통카드 호환문제 해결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은 한마디로 버스­지하철간 호환을 위한 통합보드 구축 비용 때문이다.

 이를 서울시와 버스조합·지하철 등 교통운영주체, 인텍크산업·C&C엔터프라이즈 등 시스템 공급업체 가운데 어느 쪽도 부담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지하철 게이트 단말기에 호환 보드를 장착하기 위한 비용이 9억원 정도인 데 비해 8천여대 버스단말기의 경우는 60억원 이상이 소요된다.

 문제는 버스 호환단말기에 소요되는 엄청난 비용이다.

 이 정도 비용이라면 긴축예산 기조를 취하고 있는 서울시나 경영난을 겪고 있는 버스조합, 시스템 공급업체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지금처럼 고금리의 리스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높은 이자부담 때문에 기부체납 방식의 시스템 구축방법도 택하기 쉽지 않다.

 애당초 호환을 고려하지 않고 개별적인 규격으로 사업을 승인한 서울시에 「원죄」가 있는 상황이지만 버스조합측도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라는 측면에서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는 게 중론이다.

 ◇주체별 입장=서울시는 버스·지하철 등 사업주체가 일차적인 책임이 있으므로 호환비용을 부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최대 90억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호환비용을 당사자의 예산이 아닌 시민의 「혈세」로 충당할 수 없다는 원칙인 것이다.

 한 발 양보해 서울시가 보조금을 지급한다 하더라도 현재 극도의 긴축예산 상황에서는 시의 각종 민생 현안에 비해 교통카드 호환문제는 시급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특히 걸핏하면 「시민의 발」을 볼모로 잡아 시의 지원을 요구하는 버스조합의 관행에 대해 이번에는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버스조합측은 서울시가 당초 개별 운영되는 버스·지하철 교통카드시스템의 호환을 유도했으므로 마땅히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애초부터 버스조합은 교통카드 호환을 약속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민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차원에서 호환작업이 추진돼 왔으므로 시가 이를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시스템 공급업체인 인텍크산업과 C&C엔터프라이즈는 이같은 팽팽한 대립의 전면에는 나서지 못하고 있는 실정.

 버스카드시스템사업자인 인텍크산업으로서는 현재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교통카드 사용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호환이 절체절명의 과제일 수밖에 없다.

 이에 비해 지하철카드시스템사업자인 C&C엔터프라이즈는 버스카드와의 호환이 당장 발등에 불은 아니라는 인식이다.

 아직 5∼8호선의 도시철도공사 구간의 시스템 도입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자사 후불카드 시스템을 지하철 전구간으로 확대하는 것이 더욱 급한 문제인 것이다.

 ◇대책=현재로선 마땅한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은 서울시와 교통사업주체가 호환비용을 일정비율씩 분담하는 방안이다. 이를 위해 버스조합측은 일단 호환시스템 구축비용을 자체 부담하고 대신 지하철 교통카드 운영수익의 일정비율을 책정해달라는 견해를 서울시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같은 방안도 양자간의 입장차이가 워낙 강경해 당장 현실화하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결국 교통카드 호환이 지연되고 있는 현 상황은 무엇보다 전반적인 경기침체에 기인했다는 점에서 당분간 시간을 두고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서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