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TV시장 제2의 황금기를 열어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디지털방송시대가 개막됨에 따라 일본 TV업체들의 신제품 출시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일본은 오는 2000년 BS4의 후속 위성이 발사되면 그동안 아날로그로 방송되던 위성방송이 본격적인 디지털 단계로 접어들게 된다.
또 2000년부터는 지상파 위성방송도 시범 운영될 것으로 예상돼 컬러TV시장은 적어도 오는 2010년까지는 과거의 컬러TV 보급기와 같이 지속적인 판매신장이 전망된다.
미국의 컨설팅업체인 스탠퍼드 리소시스는 최근 내놓은 「텔레비전 시스템스」라는 보고서에서 세계 컬러TV시장은 향후 7년간 브라운관 제품을 위주로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해 오는 2004년에는 1억5천만대 규모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영국의 시장조사업체인 스트레이티지 어낼리틱스도 최근 집계한 보고서에서 올해 디지털TV 가입자는 전세계적으로 2천3백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조사결과를 발표해 TV시장의 미래를 밝게 하고 있다.
특히 최근 유럽과 미국에서는 일본에 한발 앞서 지상파 디지털방송이 시작돼 일본업체들의 신제품 투입시기를 앞당기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일본업체들의 컬러TV 상품화 추세는 브라운관의 평면·고화질화와 함께 본격적인 디지털방송시대를 겨냥한 제품 위주로 바뀌고 있다. 특히 업체 중에는 디지털 위성방송용 어댑터를 접속할 수 있는 단자를 설계에 포함시킨 제품을 상품화해 놓고 「디지털시대를 선도해 나가고 있음」을 강조하는 업체도 있다.
올해 일본 컬러TV시장은 연초의 나가노 동계올림픽과 6월에 있었던 월드컵 등 굵직한 스포츠 이벤트에 힘입어 일시적이나마 높은 신장세를 보였으나 전반적으로 가라앉은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일본 전자기계공업회(EIAJ)가 최근 집계한 「1∼9월 TV 출하 집계」에 따르면 1월부터 9월까지 누계 출하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5%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30인치 이상 대형제품의 경우 52만8천대의 출하를 기록, 지난해에 비해 3.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하이비전TV도 4월과 7, 8월을 제외하고는 전년도 실적을 웃돌아 결과적으로 10.8% 증가한 13만9천대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일본의 주요 가전업체들은 올 가을시즌부터 신제품을 대거 선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화제를 모으고 있는 것은 하이비전TV를 비롯한 와이드TV, 화면비 3:4규격 TV에 평면 브라운관을 탑재한 평면TV다.
평면TV는 그동안 소니가 「베가」시리즈로 시장을 주도해 왔으나 최근 들어 마쓰시타전기산업·도시바·히타치제작소·샤프·일본빅터 등 주요 가전업체들이 잇따라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어 앞으로 펼쳐질 디지털방송시대의 주력 TV로 자리잡아 갈 것이 유력시되고 있다.
또 이들 업체는 브라운관의 평면화를 통해 TV의 고화질화를 꾀함과 동시에 오는 2000년으로 예정된 일본의 디지털 위성방송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마쓰시타는 최근 디지털 지상파방송을 시작한 미국과 영국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현지에서 직접 디지털TV를 생산해 판매하기로 했다.
마쓰시타는 이달부터 디지털 지상파방송을 시작한 미국에서 18개 방식의 디지털 지상파방송을 모두 지원하는 세트톱박스(STB)를 비롯해 고선명(HD)TV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36인치 브라운관TV와 56인치 투사형TV 등 4개 기종을 내놓았다.
또 영국에서는 잉글리시마쓰시타전업의 생산라인 일부를 디지털TV용으로 개조해 연간 1백만대 이상의 양산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특히 지난달 위성방송회사인 B스카이B가 시작한 디지털 위성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STB를 판매하는 한편 내년부터는 영국 BBC방송 등이 서비스하는 디지털 지상파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STB 내장 32인치 TV를 선보일 계획이다.
프랑스 톰슨의 미국 가전 자회사와 공동으로 HDTV를 개발하고 있는 히타치도 최근 60인치급 배면 투사형 프로젝션TV를 비롯해 평면 브라운관을 채택한 36인치 및 32, 28인치 제품을 선보였다.
소니도 지난달부터 광폭 디지털TV를 포함한 신제품 7개 기종을 선보인데 이어 50인치급 배면투사형 프로젝션 TV를 출시할 것도 검토하고 있다.
이밖에 샤프도 미국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최근 평면 브라운관을 탑재한 디지털TV와 STB를 선보였으며 도시바와 일본빅터도 평면 하이비전TV를 중심으로 한 신제품으로 차세대 TV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주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