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를 넘어 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 네트워크(ESN)로」 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라는 개념으로 스토리지시장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미국 EMC의 사업 전개과정이다. ESN은 한마디로 스토리지 네트워크(SAN:Storage Area Network)에 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관리·보안 등 EMC의 스토리지 솔루션을 포괄한 개념이다. 이와 관련해 EMC는 최근 매사추세츠주 홉킨턴 본사에서 자사 ESN 전략의 윤곽을 공개했다.
말하자면 ESN이란 이기종 시스템을 연결하는 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에 네트워크라는 입체감을 불어 넣음으로써 고객들이 비로소 완벽한 공통의 정보 풀(pool)을 운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즉 기업 전체의 데이터를 공통으로 관리·보호·공유할 수 있는 고속의 신뢰성있는 인프라를 구축해 전세계 데이터를 통합하는 이른바 「유니버설 데이터 톤(Universal Data Tone)」을 구현하는 것이 ESN의 궁극적인 목표이다.
마치 전화기를 들면 세계 어느 곳에서나 통화가 가능한 것과 마찬가지로 어느 곳에 있는 데이터라도 시스템 플랫폼에 상관없이 접근할 수 있게 한다는 얘기다.
그리고 이 같은 ESN의 실현을 위해 EMC는 구성요소들을 하나씩 만들어 나가고 있다.
그중 가장 핵심적인 요소가 바로 광채널 네트워크 연결기술. ESN에서의 광채널은 LAN에서의 이더넷과 같은 시스템 전송프로토콜로, 엔터프라이즈환경에서 중앙, 또는 분산된 호스트서버나 스토리지를 가장 빠르고 광범위하게 다중 연결시킴으로써 엔터프라이즈 차원에서의 실질적인 정보관리와 보호·공유를 가능하게 한다.
광채널의 출현으로 네트워크와 스토리지 개념이 비로소 대규모 ESN으로 통합될 수 있으며 분산형 데이터 통합도 가속되는 것이다.
또다른 중요한 요소는 ESN관리소프트웨어인 「볼륨 로직스」다. 「EMC 시메트릭스 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시스템에서 운용되는 이 제품은 공유된 스토리지 환경, 즉 ESN환경에서 안전하게 디스크에 접근할 수 있게 해주는 핵심제품으로, 광채널기술과 결합돼 스토리지 네트워크 관리나 사용의 용이성 면에서 획기적인 진전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와 함께 EMC는 내년 초께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허브·스위치제품들도 내놓을 예정이다.
따라서 내년중에는 개념적인 차원에서 논의돼 온 ESN의 실체를 가시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이 회사의 주장이다.
EMC의 이같이 야심찬 구상은 미니컴퓨터용 스토리지 공급업체에서 시작해 메인프레임, 개방형 시스템을 거쳐 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에 이르기까지 숨가쁘게 변신을 거듭하면서 성장가도를 달려온 저력에서 기인한다.
지난 5년 동안 50%의 매출증가율과 79%의 순익증가율을 기록한 EMC는 최근 6분기에만도 연속 평균 30%가 넘는 매출·순익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는 전년비 29% 늘어난 29억달러 매출에 순익은 39% 증가한 5억3천9백만달러를 올렸고 올 3·4분기에는 최초로 10억달러 매출을 돌파했다. 따라서 이같은 추세라면 올해 매출 40억달러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나아가 오는 2001년에는 1백억달러 매출규모의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EMC의 야심이다.
여기에는 스토리지시장의 선구자로 EMC를 지금까지 키워온 마이클 룻거스(Michael C. Ruettgers)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의 추진력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서버의 주변기기에 머물렀던 스토리지의 위상을 엔터프라이즈 시스템의 핵심 플랫폼으로 끌어 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룻거스 사장은 그야말로 EMC 성장신화의 주역이다.
그는 △어떠한 플랫폼에서도 운용이 가능한 독립적인 아키텍처와 △메인프레임에서부터 유닉스·윈도NT에 이르기까지 기업내 어떤 종류의 서버시스템과도 동시에 연결이 가능하고 △정보 보호·관리·공유를 위해 호스트 독립적인 소프트웨어를 운용하며 △메인프레임급의 성능과 신뢰성·가용성을 지닌 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 시스템으로 서버와 스토리지의 관계를 새로 정의하면서 EMC를 이 시장의 주도업체로 이끌어 왔다.
그리고 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시장이 올해 1백60억달러에서 오는 2001년까지 3백50억달러 규모(소프트웨어 포함)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바탕으로 그는 1백억달러 기업에 대한 꿈을 영글어 가고 있다.
이와 관련해 EMC는 앞으로 소프트웨어부문에 한층 비중을 둘 방침이다.
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환경에서는 소프트웨어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EMC의 소프트웨어 매출은 지난 96년 6개 제품 7천5백만달러에서 지난해에는 11개 제품 1억7천7백만달러로 늘어났고 올해는 4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등 급속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더욱이 놀라운 것은 소프트웨어부문에 대한 연구개발 노력이다.
EMC는 향후 3년동안 소프트웨어부문 R&D에만 1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소프트웨어 비중이 아직 10% 정도밖에 안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지나친 의욕이라는 지적도 없지 않으나 그만큼 이 부문에 대한 룻거스 사장의 애착과 신념이 확고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EMC는 최근 홉킨턴 본사에서 가까운 프랭클린에 스토리지공장을 신축,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68만여평방피트 규모로 지난 9월 완공돼 아직 페인트냄새가 채 가시지 않은 프랭클린공장은 2개층으로 라인이 나눠져 첨단장비를 갖추고 시스템 부품마다 내진·내열 등 수십가지의 테스트를 원격으로 수행하면서 시스템을 조립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테스트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제품을 새로 만들어 완벽성을 추구한다.
서버와 스토리지관련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상하고 있는 EMC의 야심이 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시장에서 놀라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는 한 3년내에 1백억달러 기업으로 키워 놓겠다는 룻거스 사장의 목표도 근거없는 욕심만은 아닐 듯하다.
<보스턴=구현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