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코리아」라는 상호를 버리고 「동양컴퓨터기술산업」이라는 상호로 바꾼 것에는 깊은 내막이 있지만, 여기서 말하지 않겠소.』
『말하지 않을 것이면 그 말은 왜 꺼내지?』
한 구석에서 누군가 그렇게 말했다. 실내가 너무 조용했기 때문에 그 말이 연설을 하던 사장 최영만의 귀에 들렸다. 최 사장의 몸이 기우뚱하더니 그의 조그만 눈이 매섭게 번뜩였다. 그는 단번에 혈압이 올라가는지 숨을 거칠게 쉬면서 소리나는 쪽을 흘겨보았다. 실내는 더욱 조용해졌다. 최근에 새로 생긴 아침 조회시간이었다. 모인 사원은 팔십여명인데, 그들의 반 이상이 물품 판매원들이기 때문에 그들을 사원이라고 볼 수도 없었다. 그들은 월급을 받는 것이 아니라, 물건을 팔기에 따라 수당이 지급되었다. 물론 생각하기에 따라 사원임에는 틀림없으나, 기술실에서 볼 때는 판매원을 사원 취급하지 않았던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인간으로 취급하지도 않는 인상이었다. 그러나 그 반란의 목소리가 터진 것은 판매원들이 앉은 자리가 아니라 바로 회사의 꽃이라고 하는 기술실 기술자들이 앉아 있는 곳이었다. 사장은 누군지 가려내고 싶었으나 그렇게 되면 분위기가 이상해질 듯해 기침을 하고는 말을 이었다.
『그 말을 왜 꺼내냐 하면, 미국의 애플사가 자사의 컴퓨터와 부품 판매 독점권을 인정하지 않기로 한 데 대한 반발 조치로서, 우리는 독자적으로 일어서려고 했소. 그러나 미국의 인텔사와 협약을 한 마당이기 때문에 겁날 것이 없지라.』
사장이 갑자기 전라도 말을 썼다. 그는 고흥이 고향이지만, 평소에는 전라도 말을 쓰지 않았다. 평소에 서울 말을 썼기 때문에 그의 고향을 짐작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그는 흥분이 되면, 여기서 말하는 흥분이란 잠자리를 뜻하는 말이 아니라, 조금 전에 있었던 「말하지 않을 것이면 그 말은 왜 꺼내지」하고 시비를 거는 듯한 일이 발생하여 혈압이 올라가면 여지없이 고향 말이 튀어나오는 것이다.
『독점이라는 것은 개발도상국에는 필수적인 것이라고 하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망하는 짓이라. 독점은 무슨 썩어질 놈의 독점이라. 나쁜 상거래 제도야.』
실내는 더욱 조용해졌다. 사장이 자꾸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것으로 보아 심상치 않았기 때문에 사원들은 숨소리조차 죽였다. 그러나 내 옆에 있던 선배 배용정이 나직하게 말했다.
『대머리가 그 말에 너무 민감한 반응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