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네티즌에겐 인터넷 서핑이 쉽지 않다. 검색엔진이 쏟아낸 수많은 사이트들을 헤집고 다니다 보면 원하는 정보를 찾는 것이 「한강에서 모래알 찾기」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전용선이 아닐 경우엔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화요금 고지서 생각에 조바심도 난다. 누군가 정보의 바다를 샅샅이 탐험한 후 주제별로 꼭 가봐야 할 곳을 짚어준다면 얼마나 편할까.
인터넷 칼럼니스트 이철민씨(27)는 바로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다. 장안에 소문난 별미집을 순례하며 그 집 주방장 솜씨가 몇 점인지 점수를 매기는 음식평론가처럼 그는 사이버 스페이스를 누비고 다니며 콘텐츠의 품질을 검사한다. 혀끝으로 맛을 감별하는 대신 섬세하면서도 날카로운 칼럼니스트의 감각으로 정보를 분석하고 비평하는 것.
『그냥 인터넷에 대한 글쓰기를 좋아할 뿐입니다. 인터넷 칼럼니스트로 소개되는 게 좀 부담스러울 때도 있죠. 아마 95년 여름부터 그런 이름으로 불렸을 겁니다. 그때 영화전문지 시네21에 인터넷과 영화를 접목시킨 고정코너를 쓰기 시작했거든요.』 대학시절 전공이 계산통계학이라 그전부터 컴퓨터잡지 기고는 쭉 해왔지만 주로 신기술 동향이나 인터넷 명소탐방 식의 기사였지 칼럼은 아니었다며 이철민씨는 쑥스럽게 웃어 보인다.
신문과 잡지에 실리는 그의 칼럼들이 네티즌들의 공감을 얻고 있는 이유는 단지 가볼 만한 인터넷 기착지를 알려주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에게선 영화·게임·애니메이션 같은 영상콘텐츠를 통해 사이버문화를 바라보고, 그 속에서 다시 현실세계의 단면을 찾아내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사실 이철민씨에겐 직업이 따로 있다. 인터넷 PC통신 채널아이에서 기획을 맡고 있는 것. 지난해에는 쌍용정보통신에서 게임타이틀을 제작하기도 했다.
칼럼을 쓰는 시간은 늘 한밤중 아니면 새벽이다. 워낙 활발한 기고와 방송출연 덕분에 독자들은 그를 인터넷 칼럼니스트로 기억하지만 콘텐츠 기획 역시 매력적인 일이라고 이철민씨는 말한다.
『인터넷 문화사이트들을 링크해 주는 「문화DMZ」과 네트워크게임을 소개하는 「게임공화국」 채널을 맡고 있습니다. 개봉영화의 홈페이지 만들기나 온라인 이벤트 기획에도 참가합니다. 칼럼쓰기나 인터넷 기획이나 모두 네티즌들의 마음을 읽어야 하는 작업이죠.』
그동안 시네21·전자신문·동아일보 등에 실렸던 칼럼은 이철민씨의 개인홈페이지(bandee@rosy.net)에 수록되어 있다.
<이선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