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산 D램 덤핑 제소에 일본업체 "불똥"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대만산 D램 덤핑 제소를 지켜보는 일부 일본 반도체업체들의 마음이 착잡하다.

 적지 않은 일본업체들이 대만에 반도체 생산을 위탁하고 있는데 이들 「대만산 일본상표 D램」도 덤핑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만일 미 상무부 등이 조사를 실시해 「혐의 있음」 판정을 내릴 경우 최대 D램 소비시장인 미국시장에 대한 일본업체들의 사업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마이크론은 지난 92년 한국산 D램, 지난해 2월에는 대만산 S램을 제소하는 등 경쟁업체들에 대해 공격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에 걸쳐서 「일본산 D램을 포함해 덤핑제소를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이 시장 관계자들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일본 관련업체들을 긴장시키기도 했었다.

 결국 마이크론이 지난달 22일 대만산 D램을 대상으로 덤핑제소함에 따라 일본업체들은 자신들이 포함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대만세력의 견제가 D램 시황 회복에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다행스러워했다.

 그러나 최근 「대만의 파운드리업체가 위탁생산하고 있는 D램도 덤핑 제소의 대상이 될 것」이라는 견해가 대두되면서 일본업체들을 크게 긴장시키고 있는 것이다.

 일본 「일간공업신문」에 따르면 일본 주요업체 가운데 도시바는 윈본드, 미쓰비시전기는 파워칩 세미컨덕터(PSC)를 통해 64MD램을 위탁생산하고 있는데 이들 업체는 현재 관련정보 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일본 통산성조차 『대만에서 생산되는 이상 일본업체들의 위탁생산분도 덤핑 제소대상에 포함돼 조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만일 일련의 조사에서 「혐의 있음」 판정이 내려질 경우 일본 반도체업체들의 미국시장 전략은 크게 변화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도시바는 미국시장용 D램을 미국 IBM과의 합작사인 현지공장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미국공장을 보유하고 있지 못한 미쓰비시전기의 경우는 일본 구마모토공장과 또 다른 위탁생산거점인 세이코 엡슨에서 생산된 제품을 미국 수출용으로 우선할 것으로 전해졌다.

 아주 미미한 덤핑 관세율을 적용받는다 하더라도 치열한 가격경쟁이 이어지고 있는 D램 시장에서는 큰 타격을 입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심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