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21세기를 지배한다 데이터통신 시대 (2)

정부의 역할

 네트워크는 데이터통신의 기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네트워크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 일부 외국 네트워크업체들이 국내시장을 점령하고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는데도 크게 위협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일면 기술력이 모자라면 외국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데이터통신에 대한 기술개발 인식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데이터통신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정보화와 정보대국 운운하는 것은 「통신기술 종속」이라는 또 다른 위기를 불러온다.

 우리나라의 공중망관련 통신기술은 세계 5위 수준이다. 정보통신부가 주축이 되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이 다년간 기술개발에 투자해 이루어온 성과다. 그러나 데이터통신 등 사설 통신망의 수준은 그 순위조차 거론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심지어 데이터통신의 기반이 되는 네트워크 장비에 대해선 정부의 기술개발 명단에서조차 구체적인 명시가 없다. 데이터통신시장은 앞으로 5년 뒤에 공중망 통신시장을 능가하고 2010년이면 기존 공중망 통신시장의 10배에 이르는 규모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대두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준비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미국은 데이터통신을 주도할 차세대 인터넷(NGI) 개발에 국가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은 최근 인터넷을 통한 전자상거래가 세계경제를 지배한다고 말하고 이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데이터통신에 대비한 기술개발로 다시 한번 「팍스 아메리카나」를 주창하고 나선 것이다.

 일본 또한 이에 뒤질세라 지난 9월 데이터통신 기술개발에 정부가 적극 지원하겠다는 공식발표를 내놓았다. 초고속 인터넷 개발을 목표로 미국의 5배가 넘는 5조엔 이상의 기술개발자금을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데이터통신의 기술개발을 국가전략으로 삼고 정보화의 패권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까지 데이터통신망 기술개발에 대한 국가차원의 지원은 거의 없다. 인터넷과 관련된 수많은 기업들이 있음에도 모두 자체 기술개발만으로 끝난다. 세계무역기구(WTO)체제 아래서 정부의 민간기업에 대한 지원이 사실상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차세대 인터넷기술 확보를 완전히 민간기업에 맡기기에는 우리 업체들의 기술역량이 부족하다. 무엇보다 핵심 기반기술이 없는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민간기업들에 기술개발을 요구한다는 것은 「우물가에서 숭늉찾기」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지금 정부의 데이터통신에 대한 정책적인 기술지원이 따라야 할 시기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기술개발을 정부와 기업이 분담하는 형태로 진행해나가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안도 제시되고 있다.

 충남대학교 김대영 교수는 『무엇보다 차세대 인터넷 프로토콜에 대한 정부차원의 기술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당장 상용화할 수 있는 기술보다 장기적인 투자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는 핵심 기반기술 개발에 역량을 결집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또 『차세대 인터넷 프로토콜과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장비개발에 5년 이상의 장기적인 시각으로 3천억원 이상의 기술개발자금을 투입해 정부·학계·업계가 공동 개발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 또한 『데이터통신의 기반이 되는 네트워크분야는 정보통신부 기술분류표에서 「기타」에 속한다』며 『네트워크에 대한 정부의 시각교정과 실질적인 투자가 뒤따르지 않는 한 데이터통신의 기술종속은 막을 길이 없다』고 말했다.

 기술은 공짜가 없다. 차세대 정보통신시장을 겨냥한다면 데이터 네트워크에 대한 정부의 주도적인 기술개발과 업계-학계의 연대가 시급하다.

<이경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