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정보대국 시범사업> 생활속의 "정보대국"

 정보대국 시범서비스는 환경상품이다. 당장은 아니겠지만 이 서비스가 대중화한다면 교통혼잡 완화에 크게 기여하는 한편 궁극적으로는 대기오염 방지효과도 거둘 수 있다. 정보대국 시범서비스가 청정상품이라는 근거는 그 서비스 내용 및 파급효과를 하나하나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정보대국 시범사업자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다양한 교육정보서비스를 중심으로 관광·재테크·오락·지역정보 등 생활정보 및 민원행정서비스 등이다. 이에 최근 활성화하고 있는 정보제공업자(IP)와 콘텐츠제공업자(CP) 등이 가세해 다양한 멀티미디어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전자상거래서비스가 대표적이며 영상회의·원격진료·홈뱅킹·주문형비디오 등 다양한 네트워크서비스가 현실화된다. 음성과 부분적인 부가기능만 제공되던 통신서비스를 뛰어넘어 비디오 전송을 포함한 무궁무진한 멀티미디어 서비스가 구현되는 것이다.

광대역 네트워크를 통해 다양한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면 가입자들은 그들의 활동반경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 은행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직접 은행으로 가지 않고도 홈뱅킹으로 간단히 처리할 수 있고, 물건을 사기 위해 번잡한 백화점이나 시장에 갈 필요없이 다양한 상품이 구비돼 있는 사이버마켓을 찾아가면 된다.

 학원강습시에도 버스타고 학원까지 갈 필요없이 집에서 컴퓨터를 통해 하면 된다. 직장인들도 재택근무를 실시하면 되고 만약 회의가 필요하면 영상회의를 하면 된다.

 이 모든 서비스가 정보대국 시범사업이 제공하는 광대역 네트워크를 통해 가능하다.

 각 가입자에 구축된 광대역 네트워크와 다양한 서비스군은 당연히 사람들의 동선을 최소화할 것이고 이에 따라 자연적으로 교통난 및 대기오염이 완화될 것이다.

 교통난이나 대기오염 등 각종 환경문제를 야기했던 산업화와 달리 정보화야말로 청정 무공해산업인 것이다.

 이처럼 광대역 네트워크를 통해 일반가입자에 다가가는 정보대국 시범사업은 진행과정에서 우리사회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정보대국 시범사업이 우리사회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온다는 전망은 그 네트워크의 속성 및 서비스 접근의 편리성에 기인한다.

 미국에서 광대역 네트워크를 통해 인터넷 등을 사용해 본 가입자들은 이를 필로폰에 비유한다.

 최대 56Kbps가 제공되던 일반전화선을 이용한 데이터통신 서비스는 그 속도 때문에 짜증감만 야기할 뿐이었으나 이보다 수십, 수백배 전송용량이 강화된 T1급(1.544Mbps) 이상의 광대역 멀티미디어 서비스는 차원이 다르다.

 전자상거래의 경우 일반전화망을 사용하면 한 제품을 클릭한 후 동영상 구현에 수분 내지 수십분이 소요됐다. 그러나 T1급 이상의 회선이 가입자에 제공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영화프로그램조차 가입자가 만족스러울 만큼 제공받을 수 있다.

 가격수준은 더욱 파격적이다. 이전에 가입자가 T1급 전용회선을 임차해 사용할 경우 최소 월간 50여만원에서 최대 7백50여만원의 비용이 들었으나 정보대국 시범사업의 경우 기껏해야 10만원선이다.

 이러다보니 광대역 네트워크를 사용해 본 네티즌들은 이를 마약처럼 애용할 수밖에 없게 될 전망이다.

 네티즌들 사이에서 소문나기 시작할 경우 무섭게 번질 것이라는 주장이 무리가 아니다.

지난 9월 부산과 서울에서 1천명 가입자를 대상으로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 시범서비스를 진행하려 했던 한국통신은 넘치는 시범서비스 지원자에 놀란 경험이 있다. 통신사용자들이 초고속 멀티미디어 서비스 제공에 그만큼 목말라했다는 반증이다.

 광대역 네트워크를 통해 다양한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구현한다는 정보대국 시범사업은 우리의 산업구조도 혁신적으로 바꿔놓을 것이다.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기대효과는 IMF 이후 침체에 빠진 정보통신산업에 대해 새로운 활력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당장 내년부터 고용증진 등의 가시적 성과로 나타날 전망이다.

 그리고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 장비산업 활성화이다. 예를 들어 주광대역 네트워크인 ADSL기술이 각광을 받는다면 ADSL모뎀과 교환장비, 관련칩 개발 및 생산이 뒤따라야 할 것이고 케이블모뎀 생산도 늘려야 할 것이다.

 위성네트워크가 활용된다면 위성 인터넷모뎀과 안테나 생산이, 무선네트워크라면 이 역시 기지국장비와 접속모뎀, 안테나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

 그리고 기간통신사업자들은 당연히 데이터전송 수요의 확대에 발맞추어 기간전송시설의 확충을 위해 광대역 전송장비의 구매를 확대함은 물론이다.

 정보대국 시범사업이 미치는 효과는 단순히 하드웨어산업 육성에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이는 기대효과에 포함되지도 않는다.

 정보대국 시범사업의 진정한 효과는 신규 지식산업의 육성과 연관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있다. 신규 지식산업의 육성은 놀라울 정도일 것이다.

 정보대국 시범사업이 가져오는 산업생산 및 고용증진 효과의 핵심은 정보제공업(IP), 콘텐츠제공업(CP) 등의 활성화다. 특히 우리 국민들의 정보욕구가 상당 수준에 달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평가여서 각 부문별 서비스산업의 기반확충은 손쉽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케이블TV 프로그램공급업자(PP)는 이전에 하나의 방송프로그램을 만들어 케이블TV에 송출하고 여유가 있으면 지상파방송 등에 공급하는 정도였다. 그 시장규모와 유통의 제한성 때문에 방송프로그램시장은 발전이 어려웠다.

 그러나 정보대국 시범사업이 제대로 운영된다면 PP들은 자신들의 상품을 디지털로 가공해 공급하면 된다. CD롬으로 만들어 주문형 타이틀 사업자로 나설 수도 있고 주문형 비디오로 제공해도 된다. 만화나 서적도 단순한 출판에 그치지 않고 비디오로 전환해 CP사업자로 활동하면 된다.

 콘텐츠 유통부문이 안정되고 벤처기업에 대한 정부와 대기업의 지원이 뒤따른다면 영상산업 진흥의 계기도 마련될 수 있다.

 육성이 힘들었던 독립 방송프로덕션들도 자연스럽게 성장기반을 마련하게 됨은 물론이다.

 이러한 IP·CP산업의 활성화를 가져오는 정보대국 시범사업은 우리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점도 해결해준다. 이제까지 우리 경제는 한정된 자본을 중화학공업이나 대기업에 중점 투자를 진행하면서 산업생산 효과를 거두어왔고 이 때문에 경제의 집중 및 중소기업의 부실화란 고질적 문제에 직면해왔다.

 그러나 정보대국 시범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된다면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는 정보가 물흐르듯 흐르고 아이디어가 있는 벤처기업이 대거 생겨나고 활약할 수 있는 형태로 전환될 것이다.

이러한 정보의 흐름을 중시하는 사회풍토가 바닥에 깔린다면 당연히 어떠한 산업이라도 정보화를 가장 중요시하는 경영전략을 수립하게 되고 이를 통한 부가가치 창출에도 적극 나서게 된다.

 예를 들어 독립적인 영역을 구축해왔던 통신이나 방송산업의 경우 가입자망의 고도화를 전제로 서비스 역량강화를 기할 것이다.

 기존에 통신 및 방송사업자들은 가입자들에 한정된 서비스만 제공함으로써 각 서비스의 부문별 연계 및 틈새시장 공략에 한계를 나타냈으나 앞으로는 네트워크의 고도화를 바탕으로 수요자의 욕구에 맞는 다양한 패키지서비스를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백화점의 경우에는 커다란 매장이나 종업원을 거느리고 운영하는 것보다는 네트워크 상에서 상품을 유형별로 나누어 전시하고 공급하는 전자상거래가 월등히 경쟁력있는 사업임을 직감할 것이다.

또한 정보화가 물결치는 사회에서 얼마나 많은 직업군과 산업군이 새롭게 생성될지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다. 단지 엄청날 것이라는 말 외에는.

 이러한 특성 때문에 전문가들은 정보대국 시범사업을 산업화의 뉴딜정책에 비견하는 「정보화 뉴딜정책」이라고까지 강조한다. 지식산업을 발판으로 제2의 건국을 하기 위한 주력창구라고도 지칭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시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