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무선사업전략 "깊은 수 읽기"

 국가기간통신사업자인 한국통신(대표 이계철)이 구조조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는 가운데 무선사업전략 수립을 두고 장고에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한국통신의 고민은 빈약한 사업구조에서 출발한다. 대표적 기간통신사업자라면 선진사업자들처럼 고정통신과 이동통신, 초고속통신 등으로 포트폴리오가 구성돼야 하나 한국통신은 핵심인 이동통신분야에 대한 기반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무선사업전략은 기획조정실 등 핵심부서간에도 서로 다른 시각이 상존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네가지 안을 집중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첫번째 안은 SK텔레콤에 대한 직접적 경영권 확보다. 실현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최근 시장개방에 대비, 국내 정보통신 전문가들이 꼽은 「한국 최강의 커플」도 바로 이 모델이라는 점에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통신이 하반기 이후 정부의 지속적인 SK텔레콤 지분매각 압력에 대해 계속 「노코멘트」를 표명한 것도 사실 무선사업전략을 위한 이같은 내부기류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두번째 시나리오는 한국통신프리텔의 육성과 이를 바탕으로 한 이동전화사업 구조조정 시나리오다. 한국통신내 일부 기획 및 마케팅 관계자들이 제시하고 있는 이 시나리오는 한국통신프리텔의 현재 지분율 33%를 50% 이상으로 늘려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한 이후 이를 발판으로 외국계 펀드나 선진통신사업자로부터 외자유치를 실현하자는 것이다.

 한국통신은 이같은 구도가 원활히 진행된다면 국내 이동전화시장은 자연스럽게 SK텔레콤과 한국통신프리텔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시나리오는 한통프리텔의 재무구조 건실화에 소요되는 재원마련과 이에 대한 외국 제휴사의 투자의사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통신 내부에서는 한통프리텔 육성을 위한 재원은 결국 SK텔레콤 지분매각 자금을 통해서나 조달이 가능한데 이미 실기한 이동통신에 투자를 해야 하느냐는 회의적 시각도 팽배한 상태다.

 세번째 안은 일정 시점까지 전략적 판단을 유보하자는 것이다. 현실적 문제인 투자재원 부족을 감안한 이 시나리오는 한국통신의 경영여건이 좋아질 때까지 SK텔레콤과 한통프리텔의 경쟁을 유도하고 일정 시점이 지난 상황에서 전체적인 판을 보아가며 전략적 판단을 내려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통신의 무선사업전략과 관련한 마지막 시나리오는 이동통신에 치중하기보다는 아예 초고속 멀티미디어통신을 준비하자는 것이다. 초고속 멀티미디어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투자재원을 광대역무선가입자망(B-WLL)이나 IMT 2000 그리고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 등에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통신은 지난 10일 국정감사에서 자신들이 보유한 SK텔레콤 지분 처리에 대해 올해말까지 가부간 판단을 내리겠다고 천명한 상태여서 늦어도 이때쯤이면 이동전화를 중심으로 한 무선사업전략의 윤곽이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조시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