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61)

 선배 배용정은 듣기 거북할 정도로 자기 자신을 비하시키고 있었다. 나는 사실 그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고 있다. 고등학교 때 그에 대한 기억이라고는 가끔 나타나서 컴퓨터를 해보라고 권하던 일이라든지, 컴퓨터반에서 실습하는 광경을 본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그에 대한 평가를 눈에 보이는 것으로 규정지을 수도 없었다. 그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었다. 음탕한 말을 잘하고, 창녀촌을 찾아가는 등 성도덕이 문란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의 내면에는 나름대로 순수한 것이 있었다. 그에게는 좋아하는 여자가 있었다. 언젠가 선배와 함께 만나본 일이 있는데, 내가 보기에는 순해 보였으나 잘 생긴 여자는 아니었다. 그때 선배가 보여준 그녀에 대한 태도는 맹목적이고 순수했다. 그는 그녀 앞에서 몸을 떨 정도로 수줍어하고 아무 말을 못했으며, 가끔 얼굴조차 붉혔던 것이다. 성에 대한 노골적인 말은 다른 이면에서 억압된 것이 발산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말은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야. 아내를 창녀 정도의 역할로 평가해 놓고 말이야.』

 의자에 몸을 젖히고 신문을 읽고 있던 이길주 차장이 이쪽으로 고개를 돌리면서 말했다.

 『배용정, 나중에 자네 장가가고 나서 그 말을 어떻게 수습하려고 하나?』

 『장가 안간다니까요.』

 『그건 모르는 일이야. 자네 사고방식 의외인데?』

 『내가 뭐 잘못되었습니까?』

 『아내를 성적인 대상으로 보는 견해 말일세.』

 『실제 그렇지 않습니까? 아이 낳고, 기르고, 가정을 돌보고 하는 부수적인 기능이 있지만, 실제 중요한 것은 섹스 파트너 의미가 크지요. 그것은 태초에 이미 결정된 일입니다.』

 『아내의 역할에서 중요한 것은 생식이야. 자손을 퍼뜨리는 기능이 가장 크지. 그러기 위해서 성적인 파트너 역할이 필요한 것이지.』

 『어느 것을 앞에 두느냐의 차이죠. 섹스가 있기에 자손이 있는 것이죠. 예수처럼 동정녀에서 낳는 일이 자주 일어나지 않는 한 말입니다.』

 『지금은 섹스 없이도 시험관 아이가 있지. 자궁 속에 정자를 삽입하는 일 말이야. 이것은 다른 말로 말해 여자가 단 한 번의 섹스 경험이 없더라도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 되지. 오늘날의 생체과학은 동정녀 마리아를 양산할 수 있다는 점에 그 특징이 있네.』

 이때 갑자기 둔탁한 소리와 함께 양창성의 탁자 위에 있던 단말기가 바닥에 떨어졌다. 그가 손으로 내리쳐서 바닥에 떨어뜨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