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과 호환 칩 업체들의 치열한 경쟁으로 내년 마이크로프로세서(MPU) 시장에서는 5백㎒를 뛰어넘는 성능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미국 새너제이에서 개최된 「마이크로프로세서 포럼」에서는 인텔과 인텔 호환 칩 업체들이 차세대 마이크로프로세서 개발 계획을 일제히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내년 초 호환 칩 3사가 출하하는 제품의 클록 속도는 모두 5백㎒ 이상으로 인텔의 펜티엄Ⅱ 프로세서의 처리속도를 웃돌 것이 확실시된다.
이에 대응하는 인텔은 2000년 하반기 출하를 계획하고 있는 64비트 머세드와 성능이 비슷한 32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 포스터를 머세드 출하 직전에 내놓는다는 내용이 담긴 86계 마이크로프로세서 장기 계획을 발표했다.
7백∼1천달러 수준의 저가 PC 붐은 86계 호환 칩 업체들에 더할 나위 없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 어드밴스트 마이크로 디바이스(AMD)는 올 8월 이후 미국 가정용 시장에 출하된 데스크톱 PC의 약 40%가 인텔 프로세서가 아닌 호환 칩 업체들의 마이크로프로세서를 탑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하며 1천달러 이하 저가 PC의 경우 그 비율이 70%를 넘는다고 밝혔다.
실제로 호환 칩 업체들의 매출도 급속히 성장해 AMD는 올 3·4분기 과거 최고치를 기록, 매출 증가율이 떨어지고 있는 인텔과 대조를 보였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듯 마이크로프로세서 포럼에서는 86계 호환 칩 업체들의 제품 계획 발표가 과거 어느 때보다 주목을 끌었다.
AMD·사이릭스·인티그레이티드 디바이스 테크놀로지(IDT) 등 기존 3사가 고성능을 지향한 차세대 제품 개요를 발표했으며 신규업체인 미국 RISE테크놀로지는 「mP6」라는 새로운 제품을 선보였다.
86계 호환 칩 업체들이 발표한 제품들은 모두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중에는 상품화가 예상되는데 출하개시 때 클록 속도를 모두 5백㎒ 이상으로 상정해 놓았다.
개발 당시 셀러론 및 펜티엄 수준의 연산능력을 고려했다는 점에서는 호환 칩 업체들 대부분이 같은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으나 설계 사양은 업체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
호환 칩 업체들의 제품 가운데 가장 주목을 끌고 있는 것은 AMD가 내년 상반기 출하를 앞둔 「AMD K7」로 다른 호환 칩 업체들의 제품이 기존과 마찬가지로 주로 저가 PC를 탑재하고 있는 데 반해 AMD의 K7 설계에서는 고성능 PC 및 서버 탑재를 의식한 흔적을 찾아 볼 수 있다. 이는 AMD가 저가 PC뿐만 아니라 현재 인텔의 독주가 이어지는 업무용 PC 시장도 겨냥했다는 증거다.
AMD를 제외한 다른 86계 호환 칩 업체들은 지금까지의 노선대로 저가·저소비 전력을 중시한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의욕적으로 저가 전략을 추진하는 업체는 사이릭스로 「저가 PC 실현」이라는 문구를 전면에 내걸고 이를 위해 내년 4·4분기 출하를 앞둔 86계 마이크로프로세서(개발 코드명 M3)에는 3차원 그래픽 회로와 램버스 사양의 D램 인터페이스 회로 등을 집적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M3의 클록 속도는 6백㎒ 이상으로 예상된다.
IDT도 기존 제품인 윈칩2 후속인 윈칩3와 윈칩4의 출하를 계획하고 있다. 윈칩3는 윈칩2의 2차 캐시를 두배로 늘린 성능 개선 제품이다. 그러나 윈칩4는 새로운 설계사양을 도입한 것으로 우선 내년 후반 4백∼5백㎒ 동작의 소켓7용으로 등장하고 2000년을 전후해 별도 패키지를 채택한 5백∼7백㎒ 제품이 출하될 예정이다.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에 신규 참여하는 미국 RISE테크놀로지는 「mP6」와 「mP6Ⅱ」를 발표했다. mP6는 동시 실행이 가능한 명령이 많다는 것이 특징으로 같은 주파수의 펜티엄Ⅱ보다 약 15% 빠르다고 RISE테크놀로지측은 주장했다. mP6는 올해 안에, mP6에 2백56KB 캐시를 통합한 mP6Ⅱ는 내년 상반기에 출하될 예정이다.
이들 호환 칩 업체들의 마이크로프로세서는 크게 두가지 공통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
첫번째 특징은 캐시 부분의 성능 개선이다. K7은 1백28KB급 대용량 1차 캐시를 내장했고 5백12KB∼8MB인 2차 캐시는 펜티엄Ⅱ처럼 전용 버스를 이용한다. 또 M3와 mP6Ⅱ는 셀러론처럼 CPU 코어에 2백56KB 2차 캐시를 통합했다. 윈칩 시리즈는 1차 캐시를 기존 64KB에서 1백28KB로 2배 늘렸다.
두번째 특징은 파이프라인 내부의 세분화다. 이는 보다 높은 클록 속도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이미 펜티엄Ⅱ에 채택된 「슈퍼 파이프라인」이라고도 불리는 기술이다.
일반적으로 파이프라인은 명령의 입력과 수행 등 5, 6단계로 구성돼 있다. 각 단계의 처리는 1클록 이내에 끝내야 한다. 따라서 1클록분의 시간은 이를 처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보다 짧게 설정할 수 없다.
파이프라인을 세분화하면 1클록분의 처리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에 마이크로프로세서의 클록 속도를 높일 수 있다. K7은 10∼15단, M3는 11∼15단, 윈칩4는 11단의 파이프라인을 탑재한다. 참고로 인텔은 펜티엄프로부터 파이프라인의 단수를 12단으로 구성했다.
인텔은 이와 같은 호환 칩 업체들의 추격에 대해 한층 높은 연산성능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대응 실마리를 잡았다. 2000∼2001년 사이에 출시될 86계 마이크로프로세서 포스터가 가장 대표적인 대응 제품으로, 포스터는 2000년 후반 출하를 앞둔 64비트 머세드와 동등한 연산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인텔은 연산능력을 높이기 위해 클록 속도를 1㎓ 이상으로 높이고 동시 실행하는 86계 명령 수도 기존 펜티엄Ⅱ 프로세서와 그 후속 칩보다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심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