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타치, 고성능 라우터 "CR2000" 개발

 일본 히타치제작소가 고성능 라우터를 개발, 이 분야 최대 업체인 미국 시스코시스템의 공략에 나섰다.

 히타치가 개발한 것은 대기업이나 인터넷 접속서비스 사업자의 간선(幹線·백본) 네트워크용 고성능 라우터 「GR2000」으로 현재 백본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시스코의 주력 기종 「Cisco7500」과 「Cisco7200」에 정면 승부할 수 있는 제품으로 주목되고 있다.

 GR2000은 우선 라우터의 성능 지표가 되는 패킷 전송처리 능력에서 시스코 제품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Cisco7500의 경우 1백만∼1백30만 패킷/초인 데 대해 GR2000은 1천만 패킷/초를 넘는다.

 그러나 히타치가 GR2000에서 성능보다 강조하는 점은 라우터 제품의 신뢰성 향상이다. 이와 관련, 히타치측은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기업간 전자상거래(EC) 등에 이용할 수 있도록 신뢰성을 높였다』고 자평하고 있다.

 히타치는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소프트웨어를 자체 개발하지 않고 여러 개발업체의 손을 거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과감한 전략을 구사했다.

 우선 라우터의 운용체계(OS)로는 PC용 유닉스로 사용되고 있는 「BDS/OS」 개량판을 채용했다. 최초 개발업체인 미국의 버클리 소프트웨어 디자인(BSDI)과 히타치가 공동으로 마련한 개량판은 프로세스 단위의 우선 제어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라우터의 핵심 소프트웨어가 되는 라우팅 프로토콜(경로계산 프로토콜)은 유닉스상에서 움직이는 프리 소프트웨어 「GateD」를 사용한다. 히타치는 이 소프트웨어의 추진모체인 「Merit Gate Daemon 컨소시엄」에 참여해 최근 수 년간 개량 작업을 해 왔다.

 라우터를 비롯한 인터넷워킹 기기에서 중시되는 기존 제품과의 상호호환성도 만족스런 수준이다. 이와 관련, 히타치는 이미 자국내의 인터넷 상호접속 포인트에서 실제 운용되는 시스코의 라우터 접속에 성공했다고 밝히고 있다.

 한편 외부에서 개발한 소프트웨어 등의 탑재로 타사 제품과의 차별화가 어려울 것으로 지적되는데, 히타치는 컴퓨터 분야에서 축적한 회로기술의 우위로 이 문제를 보완하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범용기나 고성능 서버에서 사용하는 회로기술로 「SBTL(Simultaneous Bidirectional Transceiver Logic)」이다. 이 기술은 단일 데이터 통신로에서 양방향 통신을 실현시키는 방법으로 동작주파수를 외형상 2배로 높여준다. GR2000에서는 내부의 데이터 전송용으로 사용하는 크로스바 스위치에 채용, 그 부분을 소형화했다.

 또 경로탐색 기능을 전용 대규모집적회로(LSI)에 집약해 고속화를 도모했다. 종전 제품은 어드레스 조회를 1비트 단위로 하지만 GR2000은 4비트 단위로 처리해 그만큼 검색 시간을 단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히타치는 이 GR2000을 교환처리능력 35기가비트/초의 「GR2000-20」, 19기가비트/초의 「GR2000-10」, 4기가비트/초의 「GR2000-4」 3개 기종으로 해 내년 2월과 3월 순차로 시장투입될 예정이다. 이들 제품이 시스코의 독주에 어느 정도 제동을 걸게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신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