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통신요금을 고의·상습적으로 제때에 내지 않는 신용불량자들에 대한 정보를 공동관리, 이달부터 무선호출(삐삐)과 PC통신·인터넷 등을 이용할 수 없게 할 뿐 아니라 금융거래와 신용카드 이용까지 제한하기로 한 것은 통신서비스업계의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악성 불량채권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통신요금 체납액이 지난 5월 말 현재 7천2백억원에 달할 정도로 최근 들어 급격히 증가하면서 통신서비스업계의 심각한 경영부실 요인이 되는 등 많은 부작용이 있는데도 이에 대한 뚜렷한 강제규정이 없어 사실상 속수무책이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이번에 통신요금을 제때에 내지 않는 불량 사용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키로 한 것은 그 의미가 크다.
지금까지 통신사업자가 추심할 수 있는 방법은 체납요금의 납부독촉과 사업자별로 신용정보업자의 전산망에 신용불량 사실을 등록하여 요금납부를 강제하거나 채권추심기관에 추심을 의뢰하는 것 등이 고작이었으나 채권추심 중심의 이같은 사후관리 방법은 효과가 크지 않을 뿐 아니라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어 실질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신용불량자정보를 공동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 지난 7월 29일 1차로 개인휴대통신(PCS) 3사의 신용정보망과 통합운영에 들어간 데 이어 이번에 추가로 13개 무선호출사업자와 16개 PC통신 및 인터넷 사업자 등 모두 29개 사업자의 신용정보망과 통합운영에 들어간 것이다. 따라서 이를 계기로 앞으로 이에 대한 사후관리를 엄격히 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방침이다.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에 구축된 신용불량정보 공동관리시스템은 이들 총 32개 통신사업자의 고객관리시스템과 온라인 실시간으로 연결, 운영되므로 요금체납자 등 신용불량자는 통신서비스에 가입할 수 없게 되고 또 각종 정보를 한국신용평가 등 신용정보업계에 보내 악성 신용불량자에 대해선 신용정보업자의 전산망에 등록, 금융권을 비롯한 신용거래에 제한을 받게 된다. 따라서 앞으로는 통신요금 체납자도 카드대금 체납자와 같이 엄한 제재조치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또 내년부터는 셀룰러사업자와 한국통신 시내·시외·국제전화 사용자 가운데 신용불량자에 대해선 정보를 공동 관리하겠다는 계획이므로 앞으로 통신료 체납자들은 사용기기에 관계없이 모두 금융기관이나 백화점 거래 등 실생활에서 상당한 제한과 불이익을 받게 될 전망이다.
특히 고의적인 주소지 변경이나 도주 등으로 야기되는 악성 체납자 문제는 통신서비스업체들의 부실채권을 양산하는 문제뿐 아니라 각종 범죄에 이용되거나 탈법·불법적인 용도로 악용되는 사례가 많아 이에 대한 규제나 단속은 시급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근래 들어 국제통화기금(IMF) 시대의 경기침체 현상으로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는 악성 체납자들을 정리하겠다는 것은 범죄를 예방하는 차원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신용불량자들이 양산된 것을 경기침체나 사용자들의 부주의 등으로만 치부할 수 없다. 이미 신용카드 연체료 문제가 사회문제로 비화되고 있지만 이동전화 가입자 유치경쟁 등 외형 위주의 과당경쟁도 신용불량자 발생을 원천적으로 양산하는 요인이 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주민등록증 하나만으로 개통해 주는 현행의 서비스제도는 앞으로도 얼마든지 신용불량자를 양산케 할 소지가 있다. 최근 이동전화를 이용한 국제전화 불법 도용사례가 증가하면서 이동전화 사업자 및 가입자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는 것도 문제다. 따라서 가입계약시 「신분증 사본첨부 제도」 등 제도적인 개선책을 마련해야 하고 특히 주민등록증을 절취하는 등 타인명의를 도용해 이동전화에 가입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좀더 강력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밖에도 인터넷 게임이나 폰팅 등 청소년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탈선의 온상이 되고 있는 일부 통신서비스도 결국 통신요금 체납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사업자는 물론 정부당국에서도 국제전화 요금이 적용되는 인터넷 게임의 요금체계를 사전에 명확히 인식시키는 일이나 PC통신 불건전 정보의 유통근절, 서비스품질 개선 및 사용자 편익증진 등에도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