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실폐사례와 문제점
최근 세계 스마트카드 시장에 지각을 흔드는 사건들이 잇따라 일어나고 있다.
스마트카드의 대표적인 응용분야 가운데 하나인 전자화폐시장에서 마스타카드의 「몬덱스」와 비자카드의 「비자캐시」가 잇따라 실패하고 있는가 하면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스마트카드시장 신규진출 소식도 들린다. 외신을 통해 간략하게 전달된 이같은 사실들은 전자상거래(EC) 및 전자화폐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국내 관련업계에도 상당한 혼란과 의구심을 주고 있다. 해외 전자화폐 시범사업의 문제점과 원인, 그리고 MS의 IC카드시장 신규진출 의미와 향후 비자·마스타 등의 대응방향, 국내 전자화폐사업 전망을 3회에 걸쳐 진단한다.
<편집자>
△전자화폐사업의 모델, 맨해튼 프로젝트=지난해 10월부터 비자·마스타가 각각 시티·체이스맨해튼 은행과 공동으로 추진한 뉴욕 「어퍼웨스트사이드」 지역 전자화폐 시범사업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녔던 것이 사실이다.
우선 비교적 IC카드 보급이 저조한 미국의 대도시 밀집지역에서 양대 신용카드사가 실시한 최대의 전자화폐사업이었다는 점이다. 또 각국에서 한치 양보도 없이 경쟁하고 있는 양대 카드사가 시범사업의 성공을 위해 비자캐시와 몬덱스를 통합단말기를 통해 호환시켰다는 점도 높이 살 만하다.
하지만 뉴욕프로젝트의 이같은 의의에도 불구하고 시티·체이스맨해튼은행이 지난 10월31일자로 사실상 철수를 선언함에 따라 결국 실패를 자인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맨해튼지역의 6백여개 상점 가운데 2백개 이상이 전자화폐 단말기 운용을 중지한 것이다. 이와 함께 이 기간 동안 10만장에 달하는 카드사용액이 장당 평균 38달러에 그쳤고 상점당 평균 1만7천달러의 거래액을 기록했다는 점, 또한 뉴욕 프로젝트의 한계를 엿볼 수 있게 한다.
△몬덱스의 거점, 구엘프 프로젝트=이에 앞서 몬덱스 전자화폐의 거점으로 인식돼 온 캐나다 구엘프지역에서도 당초 지난해 초부터 오는 연말까지로 계획했던 시범사업이 사실상 철회된 것으로 알려졌다. 10여개에 달하는 「몬덱스캐나다」 설립은행 가운데 TDB·BM·CT·CIBC 등 4개 주요사가 구엘프 프로젝트의 완전 포기를 선언했으며 이어 내년으로 계획된 셜부르크 지역 시범사업도 로열뱅크와 MCD만이 유일하게 참여할 계획이다.
이같은 배경에는 실제로 구엘프지역의 1만2천장에 달하는 카드 소지자 상당수가 몬덱스를 단지 책상서랍에 「모셔둔」 현실이 내재돼 있다고 현지 관계자들은 전한다.
△문제점=해외 전자화폐사업의 문제점에 대해 주요 외신을 비롯한 현지 관계자들은 무엇보다 프로젝트 참여사들이 전자화폐 사용률을 높이기 위한 확실한 대안이 없었다고 지적한다.
특히 뉴욕·구엘프 프로젝트에서 소비자들의 전자화폐 사용을 「강제」할 수 있는 동인이 부재했던 것은 심각한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우선 이같은 문제점은 지불가능한 범위가 극히 제한적이었다는 데서 드러난다.
비자캐시나 몬덱스가 일반 가맹점에서만 사용됐을 뿐 소액현금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공중전화·버스·지하철·택시 등 교통·통신수단과 자판기·주차장미터기·무인세탁방·신문가판대 등과 결합되지 못했던 것이다.
또한 IC카드에 단지 현금만이 저장, 다양한 복합기능을 수행할 수 없었던 것도 보급의 걸림돌로 지적된다. 즉 사용자들이 전자화폐 사용에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각종 보너스 프로그램이나 직불기능 등과의 결합이 없었던 것이다.
이와 함께 기술적인 불안요소도 상점·소비자들이 전자화폐를 점차 외면하게 한 요소가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점은 잦은 시스템 다운과 유지·보수로 인해, 바쁜 소비자들은 1분여가 넘는 거래 처리시간 때문에 전자화폐 사용에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자·마스타·현지은행 등은 이같은 문제점을 파악하게 된 것도 시범사업을 통한 소득이라고 강조한다. 국내 업계 전문가들은 『이같은 비자·마스타 시각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자화폐의 보급과 EC분야와의 결합이 어차피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면 시범사업의 반성을 통해 앞으로 명확한 시장선정과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